中공군 소장의 작심 발언…"북한, 중국 식량 지원에도 배은망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북한이 줄곧 우리 물건을 가져가고 받아먹기만 하면서 우리를 괴롭히고 불쾌하게 만들기만 할 수는 없다. 이래선 안 된다”

중국 현역 소장이 북한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속내는 한중FTA를 와해시키려는 것으로 설사 배치되더라도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고 큰소리쳤다. 인민해방군 국방대학교수 차오량(喬良) 공군 소장은 홍콩 시사잡지 ‘쯔징’ 3월호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다. 차오량 소장은 “중국은 주동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바꿀 생각은 결코 없으며 북한의 선택은 북한의 일이지만 중국은 북한이 현재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다음은 쯔징 인터뷰 기사 요지.

올 들어 북한은 핵실험과 ‘위성발사’ 등 일련의 도전행위로 여러 나라의 엄중한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은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전개했고 핵잠수함을 한미연합훈련에 참가시켰다. 심지어 한국에 ‘사드’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일련의 ‘근육자랑’은 원래 민감한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북핵위기는 왜 해결이 어려운가? 현 북핵 위기에 대해 군사이론가 겸 인민해방군 공군소장인 국방대 차오량 교수를 단독 인터뷰했다.

◇김정은의 막무가내 행동 목적은 정권 연장
차오량 교수는 우선 미국이 고의로 긴장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겉으로는 북한을 공격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의도는 미국이 현재 악화된 세계 경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풀이다. 지난 연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이자율 인상에도 미국 경제상황은 예상보다 호전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세계 일부 지역의 긴장상황을 통해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의 긴장 분위기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진짜 의도는 유럽·중국·세계 다른 지역과의 자본 쟁탈에서 유리한 위치 차지다.

한반도 상황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묵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할 수 있을 정도다. 김정은이 미국과 호흡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객관적으로 드러난 결과가 그렇다는 뜻이다. 긴장 조성을 통한 세계 자본 쟁탈이 미국의 목적이다.

확실히 북한 김정은 권력을 잡은 뒤 다른 나라의 비난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핵실험을 단행했다. 차오 교수는 북한 권력 본질과 관련설을 제기했다. 김정은은 정권 연장을 위해 자신의 능력만 가지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변 국가 특히 대국의 안전보장을 필요로 한다. 북한을 주변에서 괴롭히지 않으면 정권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 김정은을 괴롭히면 정권 유지가 어렵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북을 공격할 무기를 모두 동원해놓은 상태다. 이것이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에 대해 차오 교수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수단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북한 배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 인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서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외과수술식 타격으로 북한 영변의 핵 시설을 파괴하더라고 그 결과 발생할 혼란은 모두 미국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가 감내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러시아는 이미 한반도문제에 대해 이미 오랜 기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차오 소장은 이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에 도전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등 다른 지역에서 미국과 갈등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받는 고통은 이미 상당하다. 미국에게 또 다른 빌미를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미국의 북한 공격을 동의할 수 없다. 북한문제는 중국이 맡길 바랄 뿐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압력이 모두 중국에 쏠리지만 중국은 최근 분명하게 북한 공격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북한은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
왕이(王毅) 중국외교부장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발사에 대해 “북한은 연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으므로 그 행동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차오 소장은 “북한이 치러야 할 대가는 일정 정도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 제재는 이전 유엔 제재보다 엄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오 소장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유일하게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은 ‘대화 촉진’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문제를 진정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한반도 평화의 열쇠는 미국의 손에 있지 북한 손에도 중국의 손에도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에 베푼 것은 무상원조”라며 “북한이 원조를 필요로 해서 준 것 일뿐 어떤 부가조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카드도 시간이 갈 수록 효력은 줄어든다. 북한이 안전보장을 받지 못하면 계속 말썽을 부릴 것이다. 북한이 생각하는 안전보장은 여러 대국들이 함께 동의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계속 핵을 보유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한반도 긴장은 지속될 것이다.

한반도 긴장이 고착되면 북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 차오 소장은 북중 관계는 북한에 달렸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은 중국을 바꿀 수 없고 중국 역시 북한을 바꿀 생각이 없다. 하지만 북한의 대중 태도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북한이 줄곧 우리 물건을 가져가고 받아먹기만 하면서 우리를 괴롭히고 불쾌하게 만들기만 할 수는 없다. 이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 손안의 아물기 어려운 ‘궤양’
미국은 자신의 발전과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일부 지역에 ‘궤양’을 남기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상처는 평소에는 피를 흘리지 않지만 미국이 긴장이 필요하다고 여기면 딱지를 떼고 피가 흐르게 만든다는 논리다. 북한이 바로 미국 손안의 ‘궤양’이라는 논리다. 차오 소장은 “미국은 세계에 여러 곳에 통제할 수 있는 ‘궤양’을 갖고 수시로 딱지를 떼어내 피가 흐르게 만들고 있다”며 ‘궤양론’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중동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은 미국이 수시로 사용하는 ‘궤양’이고 대만해협, 남중국해, 우크라이나도 또 다른 미국의 ‘궤양’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모두 미국의 관용적인 수법으로 남을 긴장시켜야 자신이 안전하게 되는 미국의 논리”라고 풀이했다.

한반도 ‘궤양론’에 대해 차오 소장은 “중국과 미국 관계가 지난 30년 동안 대부분 비교적 평화로웠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지 않았지만 현재 중미관계가 긴장 상태로 바뀐 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면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북한이 문제를 일으켜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듯하지만 배후에는 중국과 미국의 ‘게임’이 드러난 것이라는 논리다. 만일 중미관계가 1980~90년대와 같이 우호적이라면 한반도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와 같은 긴장상태에서 한반도 문제가 돌출된다면 미국이 한반도를 새롭게 건드리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차오 소장은 한반도 문제는 미국이 실제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나 통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내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반도가 일단 통일되면 미국은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와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차오 소장은 이런 이유로 미국이 북핵을 빌미삼아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해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일 미국이 북한에 안전보장을 해줘 한국이 미군 철수를 요구해 성공한다면 일본 역시 미군 주둔을 반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동북아에서 퇴출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김씨 정권을 무너뜨리고 한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찬성할 수 없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동시에 미국이 쉽게 북한에 군사작전을 단행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일한 가능성은 미국이 군사적 타격으로 북한내 내란을 일으켜 동북아 각국이 북한의 내란에 휘말리게 만들어 어부지리를 취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극히 적다.

◇미국의 ‘방패’는 중국의 ‘창’을 막을 수 없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차오 소장은 “북핵 문제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선택의 여지 없이 미국에 의지해야 한다. 미국에 의지하려면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드 배치는 한 사례다. 이는 중국에 미국의 군사 위협이 된다. 때문에 중국이 반대한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이유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중국의 불만과 반대를 불러일으켰지만 미국의 진정한 이유는 중·한FTA의 무력화”라고 주장했다.

차오 소장의 논리는 이렇게 이어진다. “과거 미국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댜오위다오(釣魚島)분쟁을 계기로 성공적으로 한·중·일 동북아 FTA 체결로부터 일본을 떼어 냈다. 현재 미국은 사드를 이용해 중·한 자유무역구를 훼손시키려 하고 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사드 배치를 매우 망설이는 것이다.”

차오 소장은 “한국으로서 안보가 경제 발전보다 중요하다”며 “양자택일 상황에서 한국은 안보를 우선 선택할 것이지만 현재 북한의 위협은 그정도는 아니다”고 풀이했다. 안보를 위해 경제 발전을 포기할 상황은 아니라는 논리다.

만일 사드가 한국에 성공적으로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긴장할 필요 없다. 차오량 소장은 “사드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다고 대만의 안전보장이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 뒤에 만일 미국이 중국 주변에서 무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미국의 항공모함이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 않으며 미국인 조차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적으로 볼 때 현 세계는 창이 방패를 이기는 시대”라며 “미국의 방패는 중국의 창을 막을 수 없다”고 자신했다. NMD·TMD 등 미국의 방패는 말로만 훌륭할 뿐 실전능력은 부족한 시스템으로 미국의 방패가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이 사드를 중국의 문 앞에 설치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창과 방패의 관계, 미사일과 미사일방어의 관계는 공격하는 측은 한 발을 놓쳐도 상관 없지만 방어하는 쪽은 모두 막아내야 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차오 소장은 “공격과 방어의 원리로 볼 때 사드는 이상적인 물건이 아니다. 미국이 사드로 중국을 막으려 한다면 생각의 근본부터 틀린 것”이라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