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ASA ‘아폴로’ 기술 활용해 2020년 달 탐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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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우주탐사 기술을 공유하는 정부 간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 항공우주국(NASA)이 보유한 첨단기술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202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달 탐사선 발사 계획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우주탐사 등 정부차원 ‘원샷 협정’
작년 박 대통령 방미 때 양국 합의

미래창조과학부는 29일 미국 정부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미 우주협력협정’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협정은 우주탐사와 지구 관측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정보 공유와 협력 범위 등을 담고 있다. 협정 기간은 10년으로 연장이 가능하다.

박재문 미래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한·미 양국이 우주개발 협력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은 한국과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우주 협력을 위한 ‘원샷 협정’을 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진 국내 우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NASA 등과 개별적으로 협정을 체결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 간 협정 체결로 앞으로는 개별 기관들끼리 협정을 맺는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생략할 수 있게 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NASA는 미 정부의 승인을 받은 뒤에야 해외 기관과 개별 협정을 맺고 있다”며 “한·미 우주협력협정 타결로 개별 협정 체결 시간도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국의 ‘1호 협력사업’은 미래부가 추진 중인 달 탐사선 발사가 될 전망이다. 미래부는 2020년 달 탐사선 발사를 목표로 올해부터 3년간 197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2965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발사체 개발도 추진 중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은 “미국이 아폴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달 탐사 분야에서 방대한 정보와 기술력을 축적해놓은 만큼 심(深)우주 통신기술 분야 등에서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으로 한국은 미국과 우주협력협정을 맺은 아시아의 첫 국가가 됐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프랑스·캐나다 등 10개국과 우주협력협정을 맺었다. 러시아·브라질·우크라이나·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곤 유럽 국가로 협정국을 제한했다. 일본과 중국 정부도 우주 개발과 관련해 미국과 기관 간 협정을 맺었지만 정부 간 협정은 아직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미래부 관계자는 “미국이 그만큼 한국의 우주 개발 기술력과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탐사선 발사 등 우주탐사 관련 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해 오던 것에서 탈피해 정보 공유 창구를 보다 다양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미 우주협력협정은 2010년부터 추진됐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 방미 때 양국 정상이 협정 체결 추진에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박 대통령은 당시 워싱턴DC 인근에 위치한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찾아 우주개발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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