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지리산 의병 91명 명단 또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기사 이미지

경남독립운동연구소 정재상(50·사진) 소장은 구한말 지리산 일대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운 의병 91명의 명단을 최근 공개했다. 국가기록원에 있던 조선총독부 문서 ‘폭도에 관한 편책(1908)’을 파헤친 결과다.

경남독립운동연 정재상 소장 공개
2011년 400여 명 발견 후 두 번째

의병은 모두 산청군 삼장·시천면 출신이다. 문건에는 의병 이름·주소·나이 등이 적혀있었다. 나이는 18~72세까지 다양해 당시 노소 구분없이 의병에 가담한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은 산청출신 ‘경남 창의대장’박동의(?~1908) 휘하에서 1907~08년 산청·하동·구례·남원 등 영호남을 넘나들며 일제 치하의 행정관청·일본군 수비대 등을 습격했다. 하지만, 1908년 10월 박 창의대장이 일본군의 습격으로 전사하자 같은 해 11월 해산했다.

이번 명단 공개는 2011년 8월 400여 명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이 중 100여 명을 정부에 서훈 신청해 건국훈장 애국장 등을 받게 했다. 2008년 하동군 악양면 청년회와 함께 악양면에 의병 335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탑을 세우고, 2010년 화개면 의신마을에서 항일투사 20명이 묻힌 공동무덤도 발견했다. 일본군의 ‘진중일지’에서 경남 일대 의병을 규합하는 격문이 ‘박동의 창의대장’ 명의로 된 사실을 처음 확인하기도 했다.

지역언론 기자였던 정 소장은 지리산 일대에서 활동한 의병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97년 8월 자택에 개인연구소를 열어 항일투사 발굴에 힘쓰고 있다.

하동=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