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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 (1)] 대선 앞둔 전초전 ‘서울 대전(大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오세훈·안대희·안철수 등 잠룡들 험지 출마로 승부수… 더민주 라이벌 문재인·박원순은 ‘대리인들’ 내세워 세력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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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서울을 잡아야 대권도 쥔다.” 최근 여의도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돌고 있다. 20대 총선(4월13일)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서울에서 압승을 해야 내년 대선(19대)에서 자신의 ‘주군’이 대운(大運)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서울은 지리적으로 대한민국 중원에 있고 의석도 전국(246석)의 5분의 1(48석)을 차지한다”며 “표의 확장성 등을 감안할 때 서울은 올해 총선과 내년 대선에 있어 여야의 가장 중요한 전략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권을 꿈꾸는 여야 전·현직 대표들 주변에선 “서울을 탈환해야 미래(대권)가 있다”, “서울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말이 계속 흘러나온다.

중원 얻어야 미래(대권)가 있다

서울은 역대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일방적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의석수도 경기도(52석)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많아, 총선의 승패를 평가하는 잣대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서울을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서울은 영호남과 달리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있다. 객관적으로 여론의 흐름, 국민 생각을 읽는 데 좋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이기는 정당은 전국정당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17~19대 총선을 보면 탄핵 역풍이 일었던 17대 총선(2004년)에서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16석,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32석으로 더블 스코어 차이였다. 하지만 4년 만에 판세는 역전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2007년) 후인 18대 총선(2008년)에선 한나라당이 40석을 차지했다. 통합민주당은 7석, 창조한국당 1석이었다. 제19대 총선(2012년)에서는 새누리당 16석, 민주통합당 30석, 통합진보당 2석으로 또다시 뒤집어졌다.

특히 총선에 이어 대선이 실시된 가장 최근(2012년)의 경우를 보면 서울지역 유권자는 총선 표심을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가는 양상을 보였다.

19대 총선(지역구 기준)에서 서울에서 얻은 여야 득표율은 새누리당이 44.41%(204만8743표), 민주통합당 45.43%(209만6045표)였다(격차 1.02%p). 이어 8개월 후 치러진 18대 대선(2012년12월19일)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48.2%(302만4572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51.4%(322만7639표)로 격차는 3.2% 포인트였다. 총선 때 서울 득표비율 격차와 크게 다르지 않는 수치다. 올해 총선에서 서울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는 정당의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서울 득표를 얻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 별들의 전쟁터’ 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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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 잠룡군 중에 한 사람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5년 만에 정치권에 복귀하면서 정치 1번지인 종로를 출마 지역구로 선택했다. 그는 종로 3선 출신으로 외교통인 박진 전 의원 등과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20대 총선에서 서울 표심은 어느 당의 손을 들어줄까. 제3당인 안철수 신당(정치)이 출현한 상황에서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안보), 경기침체(경제) 등이 뒤섞이면서 판세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학과 교수는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이 서울에서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중도를 표방하는 신당이 부동층을 흡수하거나 선거 막판 야권연대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선 ‘잠룡들의 한판승부’가 서울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우선 차기 대권의 잠룡군인 오세훈(새누리당) 전 서울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폐기’ 주민투표 부결로 자진 사퇴한 뒤 5년 만의 중앙 복귀무대로 정치 1번지인 종로를 택했다. 오 전 시장은 종로 3선 출신으로 외교통인 박진 전 의원 등과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본선에 나가면 종로 현역인 정세균(더민주, 5선) 의원과 진검승부가 기다린다. 2월 1∼3일 실시해 5일 공개한 SBS 여론조사 결과 정 의원이 오 전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39.0% 대 43.1%, 박 전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는 43.6% 대 38.5%로 오차범위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은 총선 승리를 징검다리 삼아 바로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안대희(새누리당) 전 대법관의 국회 입성 여부도 관심사다. 안 전 대법관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춰 총선결과에 따라 대선 후보 반열에도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은 애초 당의 정치적 텃밭인 부산 지역에 출마하려 했으나 김무성 대표의 험지 출마 권유에 따라 진로를 틀었다. 안 전 대법관은 우선 이 지역에서 기반을 다져온 강승규 전 의원(18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경선을 뛰어넘어야 한다. 또 본선에서는 노웅래(더민주, 재선) 의원이 버티고 있어 여야간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YTN 조사결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노 의원은 안 전 대법관을 50.5% 대 35.8%, 강 전 의원에게는 48.3% 대 37.0%로 각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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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전 대법관은 애초 여당의 정치적 텃밭 인 부산에 출마하려 했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험지 출마 권유에 따라 진로를 서울로 틀었다. / 사진·중앙포토

서울 북쪽 끝 자락에 있는 노원병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자리를 잡으면서 뜨거운 곳이 됐다. 탈당을 감행한 안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고,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제3 세력으로서 교섭단체 구성(20석)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며 대권에 한 발짝 다가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새누리당은 거물급으로 맞서지 않고 종편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이준석 전 비대의원을 내세웠다. 1월 30일∼2월 2일 YTN 조사결과 안 의원 33.1%, 이 전 비대위원 29.1%, 더민주 이동학 전 혁신위원 13.2%로 조사됐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탈환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20대 총선 1호 영입인사로 소개한 배승희(중랑갑), 김태현(노원을), 최진녕(마포을) 등도 야당 지역구인 험지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서울 탈환의 여세를 몰아 ‘김무성 대세론’을 밀어붙이겠다는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야권의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 대표도 인재영입을 활발히 하며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야당 인사는 “경제상황에 민감한 서울 40~50대 소시민들이 투표에 적극 나서고, 20~30 젊은층이 가세한 다면 야권이 서울지역 3분의 2 의석수 확보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무성 대표의 고민은 당 지지율(40.2%)에 못 미치는 대선주자 지지율(17.6%)이다.(2월 1주차 리얼미터 조사) 이에 이번 총선을 ‘서울지역’, ‘젊은층’의 공략 무대로 삼아 지지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새누리당 유의동 (평택을) 원내대변인은 “김 대표를 필두로 한 당 지도부는 서울·수도권과 젊은층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대안과 공약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당내 친박계의 반발을 진압하고 명실상부한 여권의 대선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상륙작전’에 실패할 경우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김무성 흔들기’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전 대표도 서울 수성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서울만큼은 당시 박근혜 후보보다 20만3067표를 더 받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경남 양산 자택에 문 전 대표가 머물면서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수시로 젊은층의 관심사를 체크하고 있다”며 “총선이 본격화되면 서울 지원 유세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는 “문 전 대표가 서울, 수도권에서 압승한다면 대권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신이 살아야 주군이 산다, 박원순의 대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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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측근들의 선거 도우미로 나섰다. 서울 지역구에 출마한 박 시장의 측근들은 그를 대신해 ‘대리전’을 치르게 된다. 지난 1월 12일 서울 은평구청에서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과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임 전 정무부시장은 은평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 사진·뉴시스

이번 총선에는 잠룡들의 측근도 대거 서울에 출마한다. 특히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람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던져 눈길을 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은 서울 은평을(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지역구)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권오중 전 박원순 시장 비서실장은 3선 의원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대문을에 더민주 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박 시장 측근인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은 성북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총선전이 시작될 경우 펼쳐질 ‘주군’인 박 시장의 지원사격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서울로 한정해서 볼 때 박 시장의 ‘대리전’ 성격도 띠고 있다.

새누리당 김 대표의 측근 그룹에서는 18대 의원을 지냈다가 19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안형환(송파갑) 전 의원을 비롯해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이 서울 서초갑에, 지난해 김 대표의 미국 방문에 동행했던 정옥임 전 의원이 서초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문 전 대표의 참모들은 총선 불출마 요구를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출마 예정자가 적다. 원외에 있는 측근 그룹 중에선 정태호(관악을) 전 대통령정무비서관의 도전이 눈에 띈다. 참여정부 시절 인사로는 황희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서울 양천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의 진심 캠프’ 출신 인사들 역시 대거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안 대표의 특보를 지낸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실장은 서울 동대문갑에 도전장을 내민다. 또 다른 측근인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이 서울 관악을에 예비후보로 등록, ‘문재인의 사람’인 정태호 예비후보와 맞붙는다.

잠룡들 입장에서 측근 인사들이 총선을 통해 다수 원내에 입성할 경우 대권 도전의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 경쟁 역시 치열할 수밖에 없다.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현재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잠룡들이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행로가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자신의 측근이 얼마나 당선되느냐에 따라서 2017년 대선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정해진다”고 말했다.

- 현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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