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땅값이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전국에서 혁신도시 조성, 도로·전철 신설 등으로 개발 사업이 활발했던 영향이다.
국토교통부가 22일 공시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1월 1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땅값은 1년 새 4.47% 올랐다. 2008년(9.63%) 이후 상승폭이 가장 크다. 땅값이 떨어진 곳은 없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3198만 필지를 대표하는 50만 필지를 뽑아 매긴 가격이다. 이에 따라 개별공시지가가 결정되고, 이는 과세와 토지보상의 기준이 된다.
17개 시·도 중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제주도다. 1년 새 19.35%나 올랐다. 지난해 가장 많이 올랐던(15.5%) 세종은 올해 12.9%로 제주도의 뒤를 이었다. 정부·공공기관 이전으로 기반시설이 갖춰지고 있어 매년 땅값이 오르고 있다. 울산(10.74%)은 지난해 울산대교 준공 이후 방문객이 늘고 우정혁신도시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땅값 상승폭이 가장 작은 곳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0.47%)다. 충남 계룡시(1.03%),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1.1%), 경기도 양주시(1.17%),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1.21%)도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대개 도심이 노후화하고 주요 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땅값 변동이 없었다.
서울(4.09%)은 잠실관광특구 지정·롯데월드타워를 등에 업고 땅값이 올랐지만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경기도(3.39%)는 제2외곽순환도로·동탄2신도시 개발 등 호재가 있었지만 고양시 등 서북권 개발사업 지연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인천도 3.34% 오르는데 그쳤다. 독도 땅값이 17.95% 올라 눈길을 끌었다. 국토 보존을 위한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국 땅값 8년 만에 최대폭 상승
제주 19%, 세종 13%, 울산 11%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13년째 1위
가장 싼 땅 김천 자연림 ㎡당 160원
서울 주요 상권 중에선 이태원이 7.55% 올라 상승폭이 컸다. 홍대(5.81%), 강남역(5.08%), 가로수길(4.74%)의 땅값 상승률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평균 땅값은 서울이 ㎡당 401만1782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인천(51만6091만원), 부산(38만2785만원), 경기도(29만3769만원), 대전(20만8408만원)이 뒤를 이었다. 땅값 상승폭이 가장 큰 제주도는 평균 6만1196원이다. 전국 평균 가격은 13만7348원이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올해도 서울 중구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화장품 판매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이후 13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 8310만원으로, 전년보다 240만원 올랐다.
전국 땅값 상위 10곳이 모두 명동에 있다. 대부분 은행이나 의류·화장품판매점 자리다. 가장 싼 땅은 경북 김천시 대항면 대성리 일대 숲(자연림)이다. ㎡당 160원으로, 전년보다 15원 상승했다.
전국 땅값이 일제히 오르면서 땅 주인이 내야 할 세금도 늘어난다. 재산세(토지분)는 공시지가의 70%가 과세 대상이다. 건축물 부속토지(별도 합산 과세 대상)의 경우 과세표준이 2억원 이하면 0.2%, 2억~10억원이면 0.3%, 10억원 초과는 0.4%의 세율이 적용된다.
예컨대 지난해 2억원인 땅이 올해 2억5000만원으로 높아졌다면 재산세는 40만원에서 61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적용되는 세율이 0.2%에서 0.3%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종석 태경회계법인 세무사는 “용도별로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고 가격 구간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에 5월 개별공시지가가 나와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표준지 공시지가 관련 이의 신청은 다음달 24일까지 해당 시군구 민원실이나 국토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지난해 땅 주인이 낸 이의 신청 중 62.4%가 실제로 표준지 공시지가에 반영됐다. 값을 내려달라는 의견의 67%, 올려달라는 의견의 54%가 적용됐다. 조정된 가격은 4월 중순께 재공시된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