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건축가 닮은 베토벤, 몽유병 환자 같은 슈베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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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트 브렌델 아름다운 불협음계』는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85)의 수필이다. 9개의 파트로 구성된 단편적인 글들로 구성됐다.

 브렌델의 연주를 들으며 피아노 해석의 이상향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의 글을 통해 그 연주의 실마리를 하나둘 찾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브렌델은 “20세기 이전까지 음악의 핵심은 노래였다”고 주장하고, 피아노 연주에도 경험이 풍부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빚어내는 것 같은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베토벤이 ‘건축가’처럼 작곡한 데 비해 슈베르트는 ‘몽유병 환자’같이 곡을 만들었다는 표현도 인상 깊다. 슈베르트 후기 현악 4중주에 대해서는 오르가니스트 크룸마허를 인용해 ‘모순 속의 완성’이라고 압축하는 한편,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는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탐험 여행’이라고 평한다.

  브렌델의 글에서는 그의 지성과 인생이 우러난다. 브렌델의 연주를 벗삼아온 애호가라면 그의 연주를 들으며 음미해볼 만한 책이다. 홍은정 옮김, 한스미디어, 192쪽, 1만4000원.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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