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라고 포기 마세요, 기회는 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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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취업 문제도 잘 해결돼서 기뻐요. 이제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잘 이겨내야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요.”

다문화학교 졸업하고 정규직 취업
캄보디아 출신으로 입양 이한길씨

 이한길(22·사진)군의 목소리엔 약간의 설렘이 묻어났다. 이군은 17일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를 졸업했다. 다솜학교는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기술계 대안 고등학교다. 그는 뛰어난 학업 성적 덕분에 이번 졸업식에서 제천시장상을 받았다.

취업 걱정도 해결했다. 3년 동안 특수용접기능사와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군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마치고 곧 정직원이 된다. 그는 “1학년 때 기초용접을 시작했는데 학교에서 짜준 교육 프로그램을 잘 따라간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군은 캄보디아에서 태어나 10살 때 한국인 부모에게 입양됐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걱정이 많았어요. 말도 잘 못하고, 또래보다 나이도 2~3살 많아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중학교 때까진 일반학교에 다녔는데 피부가 까맣다고 놀림도 많이 받았죠.”

 뛰어난 한국어 실력은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보여준다.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이군은 막힘이 없었다.

다문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어른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꿋꿋하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꼭 좋은 기회가 찾아오더라고요. 너무 기죽을 필요도 없어요. 한국에 왔으면 스스로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이방인이라 느끼지말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 3월 충북 제천에 문을 연 다솜학교는 컴퓨터기계과·플랜트설비과·스마트전기과 3개 반으로 나눠 체계적인 직업 교육을 실시한다.

올해 두 번째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이군을 포함해 이번 졸업생 37명 전원이 전공 관련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중 17명은 취업이 결정됐고, 10명은 대학에 진학한다. 지난해 졸업생 역시 43명 중 36명이 진로를 결정했다.

다솜학교 이상덕 교장은 “다문화 청소년들이 우리 학교에서 기술과 인성을 갖춰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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