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린지와 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몇해전 유럽에서 있었던 오린지소동이 생각난다.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전유럽의 오린지에 독극물을 주입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유럽의 오린지는 대부분이 이스라엘산이었다.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은 그것이 못마땅했다
실제로 독극물을 주사한 오린지들이 유럽 유명도시의 여기 저기서 발견되었다.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의 협박은 말만의 것이 아니었다.
흥미있는 것은 그 후의 반응이다. 유럽 사람들은 일제히 팔레스타인 규탄에 나섰다. 그 심정은 이해할만하다. 유럽사람들의 오린지는 한국인의 김치와 같다. 이들에게 오린지 없는 식탁은 김치 없는 우리밥상이나 다름없다.
바로 그 김치 속에 독을 풀어 넣겠다는 협박은 분노를 넘어 저주를 자아낼만하다. 원망의 화살이 이스라엘 폭으로 쏠릴 것이라고 생각한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의 책략은 오산이었다.
이들은 부랴부랴 그 책략을 취소했다. 아니, 『우리는 그런 일 한적 없다』고 게릴라 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성명을 냈다. 취소와 부인성명 만으로도 부족해 이들은 직접 「독먹은 오린지」를 거둬들이는 일에 팔 걷고 나섰다.
전화위복,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은 자업자득의 행실로 사람들의 환심을 살수 있었다. 해피 엔딩-.
먼나라 얘기가 아니고 바로 이웃 일본은 지난해 「모리나가 과자」소동으로 무려 10개월동안 악몽을 겪고 있다. l억엔을 요구하는 범인들이 모리나가사 초컬리트등 12개 제품에 독극물을 넣었다. 범인들은 때때로 협박장을 신문사에 보내 시민들의 공포심을 부채질했다.
때로는 상점이나 은행에 출몰, 경찰을 농락했다. 일본 사회는 범인들의 악어심장같은 범의에 놀라고, 그들을 추적하지 못하는 경찰에 실망하고, 그들을 색출해 고발하지 않는 시민들의 공덕 부재를 개탄했다.
그야말로 그 사회가 온통 흙탕물 속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과자회사의 충격은 더 말할 것 없다. 90년 역사를 가진 명과회사가 거의 빈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일본의 독극물소동은 아직도 해피엔딩의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첨단기술의 발달도, 1만달러가 넘는 국민소득도 이런 범인들의 농락엔 무력했다.
이런 얘기는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고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제과 3사의 제품에 독극물을 넣겠다는 협박은 그동안 수군수군하는 업계의 소문이었던 모양이다.
우리만은 이번 기회에 그런 범인을 지체없이 잡아내야 한다. 그야말로 「사회파괴」범으로 단단히 혼을 내주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