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D의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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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D의 공포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올 들어 일본·중국 등 세계 주식시장이 20%대에 달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경기 안 좋은데 물가 떨어지는 상황
소비 줄고 기업 위축, 일자리 감소
경제활력 잃어 깊은 침체 빠질 수도

디플레이션이란 경기가 안 좋은데도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영어 단어로는 ‘공기를 뽑는다’ 혹은 ‘팽창된 것을 수축시킨다’라는 뜻이 있는데, 시장에 돈이 적게 돌면서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0.8%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14년 12월 0.8%를 기록한 뒤로 11개월 연속 0%대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11월 1.0%로 반등하고 12월 1.3%를 기록했지만 1월에 다시 고꾸라진 겁니다.

 일견 생각하면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물건값이 덜 오른 것이니 좋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오랜 기간 물건값이 오르지 않고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시죠.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겠습니까. 소비를 미룰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최대한 늦출 겁니다.

 이런 소비위축은 기업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TV·냉장고·스마트폰 등을 만들어뒀는데 안 팔리면 재고 부담이 늘어나고 손해를 보기 시작하죠. 기업들이 물건을 덜 생산하게 되고, 투자까지 줄이면 이 부메랑은 다시 가계로 돌아옵니다.

일자리가 줄고 가계 소득은 감소합니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깊은 침체에 빠지게 됩니다. 물가가 급등하는 것도 문제지만 물가가 떨어지는 것도 위기를 불러 옵니다.

적절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경기를 띄우려 노력을 하지만 회복세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D의 공포’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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