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 공포 확산…필리핀 "임신 내년으로 미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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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남미를 넘어 아시아 등 세계 도처로 번지고 있다.

중국서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러시아서도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필리핀 정부는 "임신을 내년으로 미루라"고 권고했다.

16일 AFP에 따르면 재닛 가린 필리핀 보건부 장관은 "임신이 급하지 않다면 지카 바이러스 정보를 더 자세하게 얻을 수 있는 내년으로 임신 시기를 늦추라"고 당부했다. 그는 "외국 여행 중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성관계를 통해 바이러스를 상대에게 옮길 수 있다"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에서는 2012년 휴양지 세부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처음 발견된 이래 추가 환자는 없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가 동남아에 서식하고 있는데다 뎅기열을 유발하는 아시아 흰줄숲모기도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학계에 보고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태국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면서 동남아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서는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양성 확진자가 나왔다.

15일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 12일 광저우(廣州) 바이윈(白雲) 국제공항에서 발열 증상을 보인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중인 베네수엘라에서 3년간 일했고 발병 12일 전 베네수엘라에서 감염 경험이 있는 친구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첫 중국인 지카 바이러스 확진자 역시 베네수엘라를 통해 입국했다. 38.5도의 고열에 시달린 중국인 두 번째 환자의 머리·가슴·배 부위에는 붉은색 반점이 나타났다.

문제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대응이다. 국가 재정이 고갈된 베네수엘라에선 치료시설과 인력은커녕, 봉합용 실과 거즈가 부족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공식 통계에서 자국 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5000명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고 WP는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왔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15일 "중남미에 위치한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휴가를 다녀온 여성이 확진판정을 받고 병원 격리실에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직 하와이 안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없지만 하와이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영상=임건·장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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