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원형 '不敗 불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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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형(31.SK.사진). 이제 그에게 '어린 왕자'라는 별명은 어색하다. 1993년 프로야구 최연소 노히트 노런(20세9개월25일)을 기록했던 당시 앳된 얼굴에 '어린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어느새 그 얼굴에도 세월의 주름살이 뚜렷하다. 이제는 영광의 시간보다 부상의 기억이 더 많은 그다.

그러나 또렷한 눈빛은 여전하다. 그리고 당당하다. 김원형은 지난달 22일 대구에서 이승엽(삼성)에게 역사적인 통산 3백홈런을 얻어 맞았으나 "역시 최고의 타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구선배로서의 축하였다.

세월의 아픔은 그를 더 어른스럽게 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한 큰 부상도 한번이 아니라 세번이나 됐다. 1999년에는 한화 장종훈의 직선타구에 맞아 코뼈와 광대뼈가 주저앉았다.

2001년에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올해 초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는 오른손 손가락 부상으로 훈련을 중도에 포기했다. 이후 약 5개월을 내리 치료에만 매달렸다. 1군 무대에 돌아온 것이 지난달 14일이다.

가혹한 시련에 지칠 법도 하건만 쓰러지면 일어서는 '오뚝이' 김원형에게 이제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내고 있다.

김원형은 복귀 첫날 문학 한화전에서 구원투수로 등판, 행운의 구원승을 챙겼다. 2일 문학 LG전에서는 4-6으로 뒤지던 5회 초 2사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3과3분의1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7-6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올시즌 5연승(무패, 방어율 3.24)이 모두 구원승이다. 그가 등판하기만 하면 잠자던 '비룡'타선이 되살아나고 있다. 전성기만은 못해도 묵직한 직구와 낙차 큰 커브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불패 불펜'의 리더 김원형의 공에는 피와 눈물과 땀에 '복'까지 보태졌다고 말한다.

SK 조범현 감독은 "요즘은 허리싸움이 더 중요하다. 김원형의 노련미가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며 커다란 신임을 보내고 있다.

한편 3일 마산(롯데-기아).대전(한화-현대)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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