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스타 곁들인 이집트식 갈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6호 28면

“한국 대학생들과 소통하면서 깜짝 놀란 게 한 가지 있어요. 이집트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니 사막과 피라미드 밖에 언급을 안 하더군요. 아차 싶었습니다. 그건 이집트의 다채로운 문화 중 극히 일부일 뿐인데 말이에요.”


카이로대 약대를 졸업한 주한 이집트 대사 부인 니할 셀림은 숙명여대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남편을 따라 2013년 말 서울에 도착한 이후 ‘글로벌 리더십과 네트워킹’이라는 교양 수업을 통해 총 두 학기 동안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집트의 문화와 여성 리더십에 대해 강의했다. 이집트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할리우드 영화 ‘미이라’(1999)에서 본 게 전부였던 한국 청년들에게 그는 이집트 현대사회의 실체를 많이 소개해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한다.


“하루는 이집트 음식을 요리해서 가져다준 적이 있는데 매우 신기해하면서 잘 먹더군요. 길게는 5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게 바로 이집트 음식입니다. 깊은 역사를 지녀 매우 다양해요.”


셀림 부인이 이번에 만든 이집트 음식은 쇠고기·쌀·베르미첼리(파스타의 일종)를 활용한 ‘케밥 할라(kebab halla)’. 중앙아시아에 널린 게 케밥이지만, 그는 자신의 메뉴가 이집트 요리에 없어선 안 될 베르미첼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타지의 케밥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안승희 세프는 셀림 부인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해산물 음식을 소개하고 싶다며 해물파전을 선보였다.

스파게티보다 가늘고 짧은 베르미첼리 사용 셀림 부인에 따르면 케밥 할라의 첫째 장점은 만들기 편하다는 것이다. 고기를 꼬챙이에 구워 직접 불에 달구거나 잘게 갈아야 하는 다른 케밥 메뉴들과 달리 케밥 할라는 고기를 조각 내 프라이팬에 구우면 된다고 했다.


“저희 어머니는 ‘워킹맘’이셨기 때문에 항상 분주하셨어요. 형제자매도 많아 무려 7인분을 준비하셔야 했죠. 자주 해주신 요리가 바로 이 케밥 할라였는데 어렸을 적 무척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오늘날까지 잊을 수가 없어요.”


양파와 마늘 양념이 중요해 ‘이집트식 갈비’라고 설명한 셀림 부인은 이집트 본국에서도 두 재료가 흔히 사용된다고 했다. 쌀은 주로 고기나 갖가지 채소들과 혼합하여 먹지만, 조리법은 두 나라 간에 아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집트에서는 쌀을 오일·버터와 섞어 프라이팬에 볶습니다. 한국처럼 쪄서 먹진 않아요. 식기류도 사용하지 않아 빵을 이용해 다른 음식을 퍼먹죠.”


쌀과 더불어 이집트 요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재료는 베르미첼리. 우리가 익히 아는 스파게티 면보다 두께가 가늘고 길이는 훨씬 짧다. ‘베르미(vermi)’는 이탈리아어로 벌레를 뜻하는데, 실제 재료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이집트의 빵에 대해 묻자 셀림 부인은 수도 카이로와 먼 시골일수록 ‘아이시 메라라(aish merahrah)’를 즐겨먹는다고 답했다. 호로파 씨와 옥수수가루로 만든 ‘플랫 브레드(flat bread)’의 일종으로, 오랜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호로파는 콩과의 식물인데, 주로 아프리카·인도·중동아시아에서 약이나 향신료로 이용된다.


“음식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랑은 다양한 무덤과 신전에 새긴 벽화를 통해 오늘날에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상들이 남긴 그림들을 통해 화려한 축제의 모습이나 수많은 종류의 전통음식을 엿볼 수 있죠. 신기한 건 대부분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 흔히 먹는 음식과 매우 유사하다는 겁니다.”


밥과 빵이 주식인 이집트에서 반찬으로는 값비싼 고기 대신 주로 채소를 요리해 먹는다고 한다. 인기 메뉴로는 ‘풀 무다마스(ful mudammas)’와 ‘모로헤이야(molokhiyya)’가 있다. 풀 무다마스는 으깬 콩·양파·쿠민 가루·레몬 주스 등을 섞어 만든 중동음식이고, 모로헤이야는 채소를 넣고 끓인 스튜의 일종이다.


케밥 할라가 완성되자 안 셰프는 한 입 먹어보더니 “한국의 갈비찜을 먹는 듯한 기분”이라며 “아삭아삭한 샐러드를 곁들이면 제법 어울릴 것 같다”고 평했다. “한식 중에서는 씹는 느낌이 좋고 특유의 시원함과 톡 쏘는 맛이 나는 백김치나 오이 소박이가 어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쪽파 굽고 해산물 나중에 … “해물파전은 뒤집기가 생명” 쪽파·새우·조개·홍합 등을 섞어 만든 해물파전은 셀림 부인의 ‘첫 도전’이었다. 다른 종류의 전은 자주 먹어봤으나 해물파전은 처음이라고 했다. 셀림 부인은 안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했다.


“굉장히 실용적인 메뉴인 것 같습니다. 모든 재료들을 프라이팬에 붓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음식을 뒤집는 건 상당히 어려워 보이는군요. 자칫 실수하다간 모양이 다 망가지겠어요.”


안 셰프는 “해물파전은 뒤집기가 생명”이라며 “이 과정이 어렵게 보인다면 전의 크기를 작게 시작해 점차 키워 나가라”고 조언했다. 모든 해산물은 “살이 탱탱하며 탄력이 있어야 맛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조개류는 소금물에 담가 냉장보관하고, 손질이 마무리된 해산물은 최대한 빨리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철재료를 구입하여 요리해 드시면 가장 좋고요.”


해물파전의 순서는 쪽파를 가장 먼저 구운 뒤 그 위에 반죽을 붓고 맨 마지막에 해물을 얹는 게 좋다. 안 셰프는 “파부터 익혀야 해물과 잘 어울린다”며 “시각적 효과를 위해 해물이 많이 보이는 게 좋으므로 미리 반죽과 섞지 말라”고 당부했다.


셀림 부인을 향해서는 “매운 요리를 좋아한다면 중동요리에 흔히 사용되는 커민 향신료를 첨가해도 좋다”고 말했다. 국물을 곁들인다면 시원한 섬진강 제첩국이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해물파전이 드디어 완성되자 셀림 부인은 한 입 먹어보더니 “간장소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스가 없었더라면 이같은 맛이 안 났을 것 같아요. 짭짜름한 게 백미네요.”


셀림 부인과 동행한 하니 셀림 주한 이집트대사는 “각종 해산물을 제외해 놓고 보면 과거에 내가 관저에서 혼자 만들어 먹은 요리와 비슷한 것 같다”며 “오늘 배운대로 다음번엔 다른 재료들을 섞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안 셰프는 셀림 대사에게 게살을 추천하면서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해물파전에 넣으면 ‘최고의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

● 케밥 할라 (3~4인분)


재료: 쇠고기 어깨살 1kg, 다진 양파 2개, 다진 마늘 5~7쪽, 버터 2~3T, 바하라트(각종 허브와 향신료를 섞은 조미료) 1t, 소금, 후추, 파슬리 밥 재료: 쌀 2컵, 베르미첼리 파스타 1/2컵, 계피 한자 반, 소금 2t, 옥수수 오일 2T, 버터 1T, 다진 아몬드 1컵


만드는 방법 1. 고기를 물에 씻은 뒤 먹기 좋게 자른다. 2. 약한 불에 냄비를 올려 버터를 녹인 뒤, 고기를 넣어 익기 시작할 때 양파·마늘·소금·후추·바하라트를 넣고 잘 저어준다. 3. 고기가 잠길 만큼 물을 부은 뒤 약한 불에 30~40분 동안 조린다. 4. 고기를 꺼내 접시에 담고 파슬리를 올려 마무리한다. 5. 밥을 위해선, 오일을 두른 냄비에 베르미첼리 파스타를 담아 색깔이 노릇해질 때까지 중간 불에 익힌다. 6. 쌀과 버터를 넣고 1분간 더 익힌 후 물 3컵·소금·시나몬을 넣어?모두 함께 섞는다. 7. 혼합물이 끓기 시작할 때 뚜껑을 덮고 밥이 될 때까지 약한 불에서 30분 동안 익힌다. 8. 밥을 꺼내 접시에 담고 아몬드 가루로 장식하여 고기와 함께 내놓는다. 샐러드를 곁들여도 좋다.

● 해물파전 (5인분)


주재료: 쪽파 2kg, 계란 6개, 새우 50g, 조개 50g, 홍합 50g, 식용유 200mL, 다진 청·홍고추 각 50g 반죽 재료: 부침가루 300g, 찹쌀가루 300g,?물 500mL, 소금 간장 재료: 간장 1T, 물 2T, 식초 1/2t, 참기름 1t,?다진 파 1t, 다진 마늘 2t, 깨소금 2t, 고춧가루 2t


만드는 방법 1. 쪽파를 손질해 세척 후 물기를 제거하고 15cm 길이로 자른다. 2. 해산물을 먹기 좋게 자르고 계란을 푼다. 3. 부침가루와 찹쌀가루를 각각 물 250mL와 섞는다. 4. 일부 쪽파를 중간 불에 굽고 그 위에 부침가루 반죽과 찹쌀가루 반죽을 각각 동일한 양으로 적당히 붓는다. 5. 그 위에 적정 양의 해산물을 올린 뒤 계란을 붓는다. 6. 고추 고명을 올리고 뒤집어 충분히 익힌다. 모든 재료를 사용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7. 간장 재료는 모두 함께 섞어 파전과 곁들여 내놓는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