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조카에게 총살된 장성택의 행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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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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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의 길
라종일 지음, 알마
280쪽, 1만6000원

“획득된 단순 정보는 인포메이션이라 하고, 이 정보를 자료와 증언에 따라 교차 검증한 경우 인텔리전스라 부른다.”

 라종일 한양대 국제학부 석좌교수는 북한 핵심부의 은밀한 동향을 담은 자신의 책에 대한 신뢰도를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다.

책은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북한 정권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2013년 12월 총살당하기까지의 행적을 추적했다. 김일성의 딸 김경희와의 교제, 김정일 측근으로의 성장 과정, 김정일 사후 2인자 등극과 급작스런 최후에 이르기까지의 숨가쁜 삶과 권부 내 파워게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김정일이 3대까지 권력을 세습할 생각이 당초엔 없었으며, 김일성도 후계자가 주체노선에서 이탈할 경우 권총으로 사살하라는 명령을 측근들에게 내렸다는 주장은 통념을 뛰어넘는 파격이다.

라 교수는 장성택이 숨지기 오래전부터 북한에 상주하거나 왕래가 잦은 한·중·일 안보·경제 관계자들과 접촉했으며 그 수가 40∼5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증언하거나 자료를 제공한 이들 대부분이 북한과 지금도 직·간접의 관계를 맺는 탓에 신분 노출을 꺼렸다. 그래서 증언은 익명으로 이뤄졌다.

라 교수는 대학 교수, 국가정보원 해외담당 차장,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주일대사 등을 지낸 저명한 외교·안보 전문가이기도 하다. 익명의 증언과 주장을 담은 그의 글이 무게감을 갖는 배경이다.

박성현 기자 p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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