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중단] 박 대통령 초강수…“개성공단 놔둔 채 제재 촉구는 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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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은 1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문제 등에 대해 국가 안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왼쪽부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황교안 국무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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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얼굴) 대통령이 초강수를 꺼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임기 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 꺼내기 힘든 카드다. 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1월 6일)에 이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하자 박 대통령은 참지 않았다.

“왜 우리에게만 제재 강화 요구하나?
중·러, 개성공단 가동에 불만 표시
박, 연휴 내내 참모와 숙의 뒤 결정
“북 도발에 상응 조치” 강경론 주도
중국에 대북제재 동참 요청 메시지

박 대통령에게 설 연휴 중 나흘(7~10일)은 결단의 연속이었다. 7일 오전 9시30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고, 발사 4시간30분 뒤에는 중국이 반대해 온 한·미 국방당국 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9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연이어 통화했다. 그런 뒤 나온 게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발사 예정일을 7일로 앞당긴다고 통보하자 청와대에 비상을 걸었다고 한다.

한 청와대 인사는 “대통령이 설 연휴 내내 참모들과 대책을 숙의하며 사드 배치, 개성공단 등에 대해 직접 결단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직접 강경론을 주도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평소 안보와 관련해 “태평하더라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도발에 강경하게 맞서야 북한의 의도에 말리지 않는다는 의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할 것”(1월 6일, 긴급 NSC 회의), “개성공단에 대한 추가조치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다”(1월 13일, 대국민담화)며 공개 경고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자 “하루속히 강력한 제재조치를 만들어야 할 것”(지난 7일, 긴급 NSC)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예고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북한이 연내에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 역시 박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북 대응의 핵심은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그 중심에 강경한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강수를 둔 데는 중국 등 국제사회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박 대통령에겐 “개성공단은 놔두고 우리에게만 제재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느냐”는 중국과 러시아 측의 불만이 비공식 통로로 전달됐다고 한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도 개성공단만큼은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지만 국제사회에 제재를 요구하고 중국의 참여를 기대하면서 개성공단을 그대로 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10일 발표에서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데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당사국인 우리도 이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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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9일 오바마 대통령,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단독 양자 제재”를 언급한 건 이미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결심한 뒤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처럼 레토릭(말)으로만 제재를 얘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개성공단의 미래는 북한 하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글=신용호·유지혜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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