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대전서 창당, 안철수 첫 행보는 청년 알바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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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은 2일 창당대회에서 천정배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로 선출된 뒤 “국민의당에, 이번 선거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민의당이 2일 공식 창당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12월 1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지 51일 만이다. 주요 정당으론 처음으로 대전에서 창당대회를 열었다.

중원 공략 위해 충청권서 열어
안 “국회 바꾸고 정권 교체할 것”
5년 전 청춘콘서트 바람 재연 포석
이상돈 합류, 선대위서 역할 맡을 듯
지지율 하락에 교섭단체 구성 비상
수도권 공천 새 인물 영입도 숙제

안 의원은 오후 2시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5000여 명의 당원이 모인 가운데 천정배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로 추대됐다.

대표 수락연설에서 그는 “어느 직장인 부부가 ‘가진 것 없이 태어나도 세상은 살 만하다고 아이에게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문자를 보내왔다”며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세상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완전 교체, 국회의 전면 교체를 위해 나가겠다. 그리하여 마침내 국회를 바꾸고, 정권 교체를 이루고,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진짜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충청권에서 창당대회를 한 데 대해 국민의당 최원식 대변인은 “중원(中原) 공략을 통해 전국 정당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호남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다. 그런 만큼 충청권과 수도권으로 당세를 확장하는 건 20대 총선을 앞둔 국민의당 입장에서 절실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축하 화환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만 화환을 보냈지만,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황진하 사무총장이 꽃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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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박주선 최고위원, 주승용 원내대표, 천 공동대표,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 안 공동대표, 김성식·박주현 최고위원. [프리랜서 김성태]

안 대표는 창당대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KAIST 교수로 대전에 살면서 머릿속에 있던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 지도를 다시 그리게 됐다”며 “국가적인 연구개발이 산업화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문제 인식이 공정성장론으로 이어졌다”고 대전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천정배 대표는 “민주공화국의 존립을 위해 패권과 독점을 반대하고 개혁과 상생과 참여의 가치를 부단히 수행할 것”이라며 “당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정당 창조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창당대회에서 주승용 원내대표와 박주선 의원, 김성식 전 의원, 박주현 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 등 4명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특히 이날 합류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함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다.

안 대표는 이날 창당과 동시에 4·13 총선을 앞두고 세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①지지율 회복 ②교섭단체(20석) 구성 ③새 인물 수혈이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1월 초 21%(한국갤럽 조사), 20.7%(리얼미터)였으나 지난주 각각 12%, 13.1%로 내려앉았다.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해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려던 목표도 현역 의원 수 17명에 그쳐 미완인 상태다. 선거법 개정 협상에서 정해진 전국 253개 선거구 중 122개에 달하는 수도권 선거구에 공천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국민의당이 ‘창당 컨벤션 효과’를 총선까지 이어가려면 인재 영입과 공천에서 새로운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박원호(정치학)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제에선 극단적 대결 문화가 지배하며 중도 3당이 존속하기 힘들었다”며 “국민의당은 기존 양당에 대한 반대를 뛰어넘어 중도정당이 무엇인지 독자적인 정체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 가지 숙제를 풀기 위해 안 대표가 꺼내 든 카드는 ‘초심(初心)’이다. 안 대표는 창당 후 첫 일정으로 3일 편의점·치킨집 청년 아르바이트 현장을 찾는다. 5년 전 청춘콘서트로 ‘안철수 현상’을 일으켰던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대전=정효식 기자, 김해정 대학생 인턴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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