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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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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이번 주 산업은행에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을 신청한다. 지난달 29일 현대증권ㆍ부산신항만 매각 추진 등을 담은 자구계획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자율협약은 채권단과 기업이 합의해 진행하는 구조조정으로, 법적 강제성이 있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보다 한 단계 강도가 낮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신청을 받는 대로 채권단협의회를 소집해 자율협약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협약이 개시되면 현대상선은 채권단으로부터 채무상환 만기 연장, 신규자금 대출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율협약 신청은 해운업 불황으로 현대상선의 매각 추진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매각만 기다리다가 현대상선이 채무불이행에 빠지면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자산매각을 통해 총 1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해 현대상선의 빚을 갚는다는 계획이다. 우선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현대증권을 6000억원대에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추진했다가 무산된 일본 오릭스사모펀드와의 매각협상 가격(6475억원)이 기준이다. 부산신항만(5000억원) 매각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재 출연도 자구안에 포함됐다.

산업은행은 자구안 이외의 추가 정상화방안이 마련돼야 자율협약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협약에 들어가더라도 전체 차입금(4조8000억원) 중 협약대상 채권인 은행권 차입금 1조5000억원만 만기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ㆍ선박금융처럼 자율협약에 포함되지 않는 시장성 차입금(3조3000억원)을 갚으려면 자구안보다 더 많은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고질적인 적자를 줄이는 것도 숙제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외국 선주와의 용선료(배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지금보다 5배 이상 비싼 예전(5~6년 전) 계약 용선료를 그대로 내는 한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정상화방안을 마련한다는 자세로 구조조정에 임해야 현대상선의 회생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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