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다 살아오세요” 김무성·비박 50명 휴일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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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얼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비박계 의원 50여 명이 31일 대규모 만찬회동을 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복어집에서 열린 이날 회동은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의원들을 모았다.

비서실장 김학용 의원이 모아
“국민공천 성공” 김 대표 힘실어줘
친박 “대표가 계파 수장처럼 행동”

이 자리에선 “처음으로 치르는 국민공천제(상향식 공천)를 성공시키자” “바뀐 상향식 공천제도 아래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 보자”는 얘기 등이 주로 오갔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참석자는 “회동의 방점이 ‘상향식 공천 성공’에 찍힌 만큼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100% 상향식 공천은 김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반드시 성사시키려고 하는 제도다.

당초 10여 명이 모이는 줄 알고 왔던 김 대표는 처음엔 놀란 표정도 지었으나 곧 직접 건배사를 하는 등 의원들과 활발히 대화했다고 한다. 건배사 내용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하여!”였다고 한다. 건배사에 앞서 김 대표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20대 국회에 살아와야 한다”는 덕담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참석한 의원 중 친박근혜계 의원은 계파색이 엷은 비례대표 의원 2~3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친박계 핵심인 강석훈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런 모임이 있다는 얘기도 못 들었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에겐 ‘초청장’이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계파모임은 친박계가 주도해 왔다. 비박계는 구심점이 마땅치 않은 데다 “계파 갈등을 피하는 게 김무성 대표를 돕는 것”이란 생각으로 모임을 자제해 왔다. 그런 만큼 비박계가 공천 국면에서 대규모 회동을 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다.

현재 친박계와 비박계는 공천 실무를 책임질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친박계는 대구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밀고 있다.

김 대표는 31일 모임 직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이 의원을 만나지 않았다. 결정된 게 없으니 내일(1일) 최고위 때 얘기를 더 해 봐야 한다”고만 말했다. 다만 김 대표 주변에선 “어떻게 김 대표가 ‘청와대도 선호한다’고 친박계가 말하는 이 의원을 끝까지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수락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김학용 의원은 “김 대표가 선거 때문에 더 바빠지기 전에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고 싶어 해 마련한 자리”라며 “공천관리위원장 등 민감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상현·김재원 의원 등 친박계들은 왜 안 불렀느냐”는 질문에 “조만간 ‘2차 만찬’ 때 부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공천을 앞두고 공정해야 할 당 대표가 계파 수장처럼 행동했다”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회동에선 인천 계양을 출마를 검토해 온 탈북자 출신 비례대표 조명철 의원이 불출마의사를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조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잘 지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궁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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