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여장부 vs 노익장 盧風 첫 대결 앞두고 기싸움 팽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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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호 1 면

백악관을 향한 용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자들은 다음달 1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이자 대선전의 분기점인 아이오와주 경선으로 본격 레이스를 시작한다. 민주당에선 경륜과 단호함을 내세우며 모성 리더십을 강조하는 ‘강철 여장부’ 힐러리 클린턴(69) 전 국무장관과 2002년 한국 정치의 노무현 바람을 연상케 하는 ‘노익장 노풍’ 버니 샌더스(75)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표심을 놓고 접전 중이다. 공화당에선 충성 지지층으로 철옹성을 쌓은 도널드 트럼프(70)를 향해 기독교계 표심을 공략하는 ‘십자군 보수’ 테드 크루즈(46) 상원의원과 현 주자 중 최연소인 차세대 보수 마코 루비오(45) 상원의원이 돌파에 나섰다. 아이오와주 경선 결과에 따라 힐러리 대세론과 샌더스 돌풍의 명암이 갈린다. 또 미국 정치판을 뒤흔든 트럼프 신드롬의 실체가 검증되고 경우에 따라선 트럼프를 대신할 주자의 윤곽이 드러난다.


29일 오후 아이오와주 데븐포트 시가지의 유세장. 1000여 명이 들어찬 홀 정면 연단에 선 클린턴 전 장관이 “백악관은 민주당이 있을 때 경제가 나아졌다”고 열변을 토하자 박수가 이어졌다. 클린턴 전 장관이 “내가 (경제를 개선한) 그 두 대통령(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을 잘 안다”고 하자 폭소로 바뀌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곧바로 “공화당이 파놓은 경제난의 구덩이를 빠져나온 게 오바마 대통령”이라며 “공화당은 그런데도 다 되돌리려고만 하려 한다”고 공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의료보험 확대, 약값 인하, 월가 개혁, 여성 평등 강화, 소수계 차별 철폐를 차곡차곡 거론하며 현안마다 정통한 국정 경험을 과시했다. 연설 막판엔 “대선 당일 대통령만이 아니라 군 통수권자를 선택한다”며 안보 대통령까지 내세웠다. 클린턴 전 장관에 앞서 등장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45년 전 힐러리를 만난 이후 힐러리가 손을 대면 다 좋아졌다”고 지원사격했다.


유세 현장에 나타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층은 장ㆍ노년의 전통적 민주당원들이다. 홀에서 만난 중년 여성 메릴린 존스는 “클린턴 전 장관은 아는 게 참 많고 사람들과 어떻게 일을 추진하는지를 알고 있다”며 “현 후보 중 대통령이 되면 일을 가장 잘할 후보”라고 말했다.


전날 아이오와주 뉴턴의 한 중학교 유세장. 300여 명의 청중 대부분은 나란히 앉은 노부부들이었다. 할머니인 줄리앤 마빈모리스는 기자가 다가가 질문하자 귀가 어두운 듯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마빈모리스는 “힐러리는 장관도 하고 상원의원도 하고 (영부인으로) 백악관에도 있었으니 샌더스가 못 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샌더스가 대학교 무상 교육을 하겠다는데 그 돈을 누가 대나. 말만 좋지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마빈모리스는 유세장에 20대 손자까지 데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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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모인(아이오와주)=채병건 특파원?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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