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 연구진 입자물리학 '표준모형' 오류 단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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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물리학의 기본이론인 ‘표준모형’에 오류가 있다는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표준모형을 대체할 ‘초표준모형’을 세우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자연계를 구성하는 힘에는 중력과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등 크게 네 가지가 있다.
그동안 입자물리학자들은 네 개의 힘들이 별개로 존재한다기보다는 하나의 통합된 힘으로 출발해 넷으로 갈라져 나왔다고 보고 ‘표준모형’을 고안했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소립자 수준에서 각각의 힘이 어떻게 생겨났을지 설명하는 모델이다.

특히 지난 2013년 표준모형을 통해 예상한 힉스입자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팀에 의해 실제 발견되면서 표준모형은 완전히 입증되는 듯 했다. 하지만 소립자의 일종인 ‘렙톤’ 영역에서 표준모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표준모형이 틀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립자의 또 다른 일종인 ‘쿼크’ 영역에서도 표준모형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서울대 격자게이지이론 연구단은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를 통해 중성 케이온(Kaon) 입자에서 대칭성을 깨는 정도를 나타내는 상수 값을 계산했다고 29일 밝혔다. 케이온 입자는 쿼크 한 개로 이루어진 입자의 일종이다. 대칭성은 입자의 좌우를 바꿔도 동일한 물리법칙이 적용된다는 원리인데, 입자 수준에서는 대칭성이 약간 깨진다는 점이 증명된 바 있다.

연구단은 표준모형을 기반으로 계산한 계산치와 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해 측정한 실험치 사이에 표준편차 3.4배의 차이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론과 실험 결과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표준모형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연구단은 연구 결과에 대해 “쿼크 영역에서도 표준모형이 틀릴 수 있다 걸 보여준 첫 연구”라며 “표준모형의 모순을 드러내는 동시에 초표준모형의 존재에 대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초표준모형은 표준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대체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통칭하는 말이다.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피지컬 리뷰 D’(Physical Review D)를 통해 이날 발표됐다.

공다훈 기자 kong.da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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