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건물 팔면 입주권 준다”…주목받는 캠코의 중소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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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다이오드(LED) 장비 제조업체인 A사는 지난해 중국 경쟁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일시적인 경영난에 빠졌다. 급한 불만 끄면 특허를 비롯해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세를 역전할 자신이 있었지만 돈을 융통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실적악화와 높은 부채비율을 이유로 은행이 대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A사에게 손을 내민 곳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였다. 캠코는 A사에 “사옥ㆍ공장을 팔면 입주권을 주겠다”고 했다. 사옥과 공장을 옮길 필요가 없도록 계속 임대를 해주겠다는 얘기였다. A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신규 자금을 확보해 자금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캠코가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적용하고 있는 ‘세일앤드리스백(Sales&Lease Back, 자산매입 후 임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채권단에 사옥ㆍ공장 등의 자산을 매각하면, 기업은 사옥ㆍ공장을 임대해 쓰는 제도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부터 본격 도입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시장친화적이라는 평가다. 기업 입장에선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사옥이나 공장을 옮길 필요가 없어서다.

캠코는 올해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의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1500억원을 지원한다고 29일 밝혔다. 중소기업 5곳의 자산을 541억원에 매입했던 지난해보다 3배 가량으로 늘린 금액이다. 캠코는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ㆍ서울지방법원과 업무협약(MOU)을 했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 기업은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경영자문과 구조개선전용자금을 받을 수 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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