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전쟁’ 20년…올 목표는 층간흡연 갈등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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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회장은 “담배를 사람 손에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당신이 왜 담뱃값을 올리자고 주장하면서 증세(增稅) 앞잡이 노릇을 하느냐는 비난까지 들었어요.”

금연운동협의회장 서홍관 교수
작년 담뱃값 2000원 인상 관철
?담배 판매량 10억 갑 줄어들어?
금연 치료비 대주는 지금이 기회

서홍관(58·국립암센터 교수)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담배 애호가들에겐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다. 1997년 금연클리닉 소장을 맡으면서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고 2010년부터는 금연운동협의회를 직접 이끌었다.

담뱃값 2000원 인상(지난해 시행)과 담배갑 경고그림 부착(올해말 시행)도 그가 꾸준히 주장해오던 사안이다.

올해는 그가 ‘담배와의 전쟁’을 시작한 지 20년째 되는 해다. 서 회장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의사들마저 병원 안에서 회진을 돌면서 담배를 피웠을 정도”라며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꾼 게 20년 금연운동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흡연자의 적이 아니다. 그랬다면 담배를 피우게 놔뒀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또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2014년 43억 갑이었던 담배 판매량이 가격 인상 이후 지난해 33억 갑으로 10억 갑이나 줄어드는 즉각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반박했다.

서 회장이 금연운동에 뛰어든 건 1988년 외국산 담배 수입 허용 논란이 계기였다. 당시 의사들의 모임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서울대병원 레지던트였던 그에게 반대 성명서 초안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서 회장은 85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지금까지 4권의 시집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성명서를 쓰기 위해 담배에 관한 논문을 찾아서 읽다 보니까 흡연이 자기 몸에 발암물질을 넣는 자해행위란 사실을 알게 됐죠. 저도 11년 동안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바로 끊었어요.”

그 뒤 97년 서울 백병원에 금연클리닉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금연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클리닉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이대로 진료실에 앉아만 있어선 안 되겠다 싶어 금연운동협의회에 들어가 캠페인을 벌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금연운동 추진과정에서 흡연자들로부터 항의도 많이 받았고 담배회사의 로비력도 절감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실에 찾아가 경고그림을 넣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자 ‘폐암 사진을 넣으면 흡연자들이 스트레스 받아서 안 된다’는 담배회사 측의 논리를 그대로 내세우더라. 그 정도로 담배회사의 영향력이 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목표로 ‘층간 흡연 문제 해결’을 우선 꼽았다. 그러면서 최근 찾아온 60대 흡연자 얘기를 소개했다.

“왜 금연을 하려느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데 갑자기 위에서 물벼락이 쏟아졌다는 거다. 윗집에 따졌더니 그 집 여중생이 ‘담배냄새에 너무 화가 나서 물을 부었다’고 답하는 걸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는 “이렇게 간접흡연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도 법 규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금연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올해부터 금연 치료비는 물론 입원비까지 거의 전액을 국가가 지원해주니 이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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