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48㎞ 남기고…무너진 남극 횡단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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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산악인들이 정상을 앞두고 실패한다. 내 정상도 내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다.”

무동력·단독 탐험 나선 헨리 워즐리
70일간 1561㎞ 이동 중 복막염 사망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인 탐험가 헨리 워즐리(55·사진)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는 어떤 지원도 없이 무동력·단독으로 남극 대륙을 횡단 중이었다. 목표했던 75일 중 70일째로, 총 구간 1609㎞ 중 1561㎞를 돌파해 목표지점까지는 48㎞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는 다음날 남극 기지로 옮겨졌으나 세균성 복막염이 발견돼 칠레로 후송됐다가 숨졌다.

 30여 년간 군생활을 했던 워즐리는 2009년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개척한 남극 루트를 탐험했다. 섀클턴은 100년 전 로얄 아문센, 로버트 스콧과 함께 남극 정복에 나섰던 탐험가다. 2011년엔 스콧과 아문센의 남극 루트도 정복했다.

 그는 생전에 무모한 도전이라는 지적에 “군인들을 위해 모금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번 탐험도 상이 군인을 위해 10만 파운드(1억7000만원)를 모금하기 위해서였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해리 왕자가 관여하는 기금이었다.

윌리엄 왕세손은 “워즐리는 동료 군인들에 대한 사심 없이 헌신한 인물이었다. 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대단히 영광이었다”고 추모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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