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달랬더니, 야간 통행금지?... 튀니지 청년 시위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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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청년 일자리 시위 격화 [튀니지 1 유투브]

‘아랍의 봄’이 시작된 튀니지에서 청년 일자리를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며 정부가 22일(현지시간) 저녁부터 전국적인 야간 통행금지령을 선언했다. 튀니지 내무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야간 통행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치안 유지다.

 이번 통행 금지은 튀니지 중서부 카세린에서 시작된 청년 시위가 수도 튀니스와 시디 부지드, 페리아나 등으로 확산된데 따른 조치다. 앞서 16일 카세린에서는 실직자인 리드하 야히아위(28)가 전신주에서 구직 항의 시위도중 감전사하며 촉발됐다. 튀니지 라이브 등 현지 매체는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튀니지 카세린의 야간 시위 현장 [인스타그램]

페리아나에서는 지난 20일 시위대가 경찰차를 전복시키며 경찰관 1명이 사망했고, 카세린에서도 경찰 70여명이 부상당했다. 시위대와 시민 부상자는 수백명을 넘어섰다. 수천명의 시위대는 “일자리가 아니면 또 다른 혁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며 인명피해가 늘어나자 정부가 야간 통행 금지조치까지 들고나온 것이다. 앞서 20일 튀니지 정부는 “카세린에 일자리 5000개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정책을 요구하자 하루만에 발표를 번복했었다.

튀니지 카세린의 시위 모습 [인스타그램]

 튀니지 정부가 통행금지 조치를 강행한 것은 2010년 재스민 혁명의 기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재스민 혁명은 2010년 12월 튀니지 노점상이던 부아지지가 노점 설비를 빼앗긴데 대한 항의로 분신자살하며 촉발됐던 대규모 민주화 시위다. 재스민 혁명의 결과로 23년간 독재를 해온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이 이듬해 사임했고 민주 선거를 치렀다. 이번 일자리 시위가 다시한번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이 튀니지 정부의 목표다. >관련기사 : 실직 청년의 죽음, 5년 전 재스민혁명 재발하나

[자료=세계 은행]

 튀니지의 실업률은 지난해 말 15.3%를 기록하는 등 구직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튀니지 청년(15~24세) 실업률은 2011년 11월 42.7%를 정점으로 낮아지다 최근 다시 높아져 3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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