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순직한 19세 소방관 어머니, 시험관 아기로 다시 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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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한 소방관(가운데)차이의 어릴 적 모습과 어머니 아버지.

지난해 8월 중국 산둥(山東)성 톈진(天津)항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순직한 19세 소방관의 어머니가 시험관 아기로 다시 아이를 가졌다.

어머니는 시험관아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하늘로 간 아들을 다시 찾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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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차이쟈위안

22일 중국 현지 언론은 톈진 폭발사고로 숨진 소방관 차이쟈위안(蔡家遠, 당시 19세)의 어머니인 류윈아이(劉雲愛·45)가 시험관아기 수술을 통해 임신했고, 올해 6월말 출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차이쟈위안 소방대원은 효성스러운 문자로 중국 전역을 감동시킨 주인공이다.

차이 대원이 현장에 출동해 불길과 싸우고 있던 8월 12일은 아버지 차이라이위안(蔡來元)의 생일이었다.

차이 대원은 아버지에게 "생일 축하드려요.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해요"라는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는 돌아오지 못했다. 차이 대원이 보냈던 선물은 뒤늦게 집에 도착했다. 신발 한 켤레였다. 차이는 아버지에게 "지금은 월급이 적어서 좋은 것 못해드려요. 나중에 더 성공해서 아빠 비싼 선물 해드릴게요"라고 편지를 보냈다. 아버지는 아들이 보내준 마지막이 되어버린 선물을 차마 신을 수가 없었다.

차이의 어머니 류윈아이는 "아들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45세의 나이에 시험관 아기 수술을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의사가 왜 시험관 아기를 가지려고 하느냐고 묻자 그는 "내 아들은 소방대원이었고 톈진 폭발사고로 희생됐다"고 말해 의료진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담당의사는 "당신의 아들은 영웅이었다. 아이를 다시 가지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류를 격려했다. 현지 언론은 시험관아기 성공률은 5%로 낮은 편이며 비용도 20만 위안 가량(3600만원)으로 상당한 액수이지만 류와 의료진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차이쟈위안의 동료였던 장멍판(張夢凡)대원은 류윈아이의 임신 소식에 "매우 축하드리고 나중에 아이를 낳으시면 제가 다시 와서 뵙겠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장 대원은 톈진 사고로 가깝게 일하던 26명의 동료를 잃었다. 톈진 사고 이후 장 대원은 숨진 26명의 이름, 생일, 가족들이 사는 집 주소를 적은 종이를 항상 품 속에 넣고 다니게 됐다.

톈진 폭발 사고로 소방관 99명이 사망했으며 이들의 희생을 계기로 소방관의 처우 개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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