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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한 해에 3조원 이상 ‘팍팍’ 기업재단 사회공헌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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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재단의 효시는 1939년 설립된 양영재단이다. 당시 일제 식민지 시대였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인재를 민족의 동량(棟梁)으로 키우기 위해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양영재단은 2015년 현재 누적 장학금 총 105억8350만원을 총 8862명의 장학생에게 지급했다. 기업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최근엔 BMW미래재단 등 국내 진출 해외기업들도 재단을 통해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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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990년대부터 음악영재 발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금호아트홀을 방문한 세계적인 첼리스트 율리안 슈테켈이 금호영재 연주자에게 직접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4년 기업재단 사회공헌 실태조사에서 주요 기업재단 66개가 2014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사회공헌 규모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3조3378억23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59.1%인 39개 재단의 사회공헌 지출액이 증가했다. 전경련은 “이는 의료보건 재단들의 병원시설 투자 등 대규모 투자와 함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증가 및 신규 프로그램의 도입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료·교육·문화 분야 등 참여
기초 인프라 구축 등에 큰 기여
기업 사회공헌과 상호보완 역할

기업재단의 사회공헌활동은 출연기업의 사업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재단은 지출 금액 기준으로는 의료보건 분야에, 참여 재단 수 기준으로는 교육·학술 분야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다. 지출금액별로 보면 고가의 의료장비 및 시설투자가 필요한 의료보건 분야가 기업재단 사회공헌 지출액의 약 90% 이상을 차지했다. 해당 분야 사업비 집행 여부를 기준으로 볼 때 교육은 응답 재단의 68.2%(45개)가 참여했다. 사회복지(48.5%), 문화예술(28.8%)이 뒤를 이었다.

기업재단의 사회공헌활동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특화 분야 전문성 ▶장기 사업 추진 ▶기업 사회공헌과 상호보완 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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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재단은 사회에 필수적인 의료 인프라 구축, 환경 보전, 학술 지원, 문화예술 인재 양성 등의 분야에서 재단별로 특화된 사업을 진행하며 분야별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기업재단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활동과 달리 장수성을 띤다. 전경련의 2015년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9개 대표 프로그램 중 22개는 30년 이상 추진 장수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평균 사업기간은 만 15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재단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사회공헌과 상호보완을 이룬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전경련 이소원 사회공헌팀장은 “장기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쌓은 기업재단들의 핵심 역량들이 기업 사회공헌과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 사회 곳곳의 필요한 분야에서 기초 인프라 구축 등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재단은 목적사업을 중심으로 장기간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료·환경·교육·문화·예술 등의 영역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거두며 나름의 전문분야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보건 분야=기업재단은 농어촌 병원 설립 등 국내 의료 인프라 확충과 의료서비스 제공 등으로 국내 의료·보건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산사회복지재단이다. 아산병원은 1977년부터 지역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농어촌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8개 종합병원을 건립·운영 중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전국에 있는 아산병원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해 의료 취약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순회진료·방문간호 등을 실시하고 있다. 2014년까지 2만4000여 명이 의료복지 서비스를 받았다. 2008년엔 아산의학상을 제정, 의학 발전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학술 분야=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분야이자 가장 많은 기업재단이 참여하고 있다. 우수 인재 양성에서 시작해 국제 학술교류까지 지원하는 등 사업영역이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장학사업에 열심인 곳 중 하나가 SK그룹의 한국고등교육재단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국내외 석학 배출 및 국제 학술 교류를 40여 년째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 학자들과 국내 학자의 협력 연구, 세계적인 석학 초청 국제학술회의 지원 등 국제 학술 교류를 추진 중이다.

롯데장학재단은 국내 유일 기초과학 전문 장학재단으로 출범했다. 물리·화학·수학 등 기초과학 분야의 전공자 특화 장학재단에서 시작돼 현재는 인문·사회 분야까지 확대됐다. 이외에도 도서·전산기자재·체육기자재 등 국내외 학교 교육환경 개선 사업을 시행 중이다.

◆문화·예술 분야=기업재단은 문화·예술 시설 건립, 영재 양성 등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다가 일반 대중과 소외계층의 향유 기회 증대, 대중문화 인재 육성 등 다양성과 문화 저변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클래식 음악 인재 양성의 대표 주자다. 1990년대부터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고(古)악기를 대여하는 등 음악영재 발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에 오른 조성진을 비롯해 1000여 명의 음악영재를 배출했다.

국내 창작문학의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재단도 있다. 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이다. 대산문화재단은 대산문학상을 통해 한해를 대표하는 시와 소설을 시상·보급함으로써 작가를 양성하고 있다. 우수 국내 문학작품 외국어 번역 및 해외 소개 사업도 유명하다.

◆사회복지 분야=기업재단은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관련 NPO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사회 밀착형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 활동은 교육 등 다른 분야와 결합되는 경향을 보인다. 먼저 삼성복지재단이 1991년 사회복지 분야 최초 민간자금지원 사업인 ‘사회복지 프로그램 지원’을 시작했다. 삼성복지재단은 20여 년 동안 2000여 개에 달하는 기관의 사회복지 분야 프로그램을 선정·지원하고 있다. 우수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LG상록재단은 환경보호에 적극적이다. 산림회복사업·새집달아주기사업 등 산림 생태계 보호 및 환경보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135만5371㎡(41만 평) 규모의 생태수목원 화담숲을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조성해 식물 생태 보전에 대해 연구·교육 중이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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