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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통피니언] 위험에 빠진 아이들, 가출 청소년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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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by 홍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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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서울 홍은동, 10대 청소년들이 한 여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금과 폭행을 일삼다 그 여학생이 죽자 토막을 내어 한강에 던져버린 청소년 엽기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2012년 4월,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10대 청소년 9명이 같이 살던 여고생을 야구방망이로 마구 때려 살해한 후 시신을 방 안의 서랍장에 방치한 뒤 근처 공원에 암매장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잔혹한 두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가출 청소년들이다.

고양시에서 벌어진 암매장사건은 가출한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함께 모여 생활하는 가출 청소년들의 조직을 흔히 ‘가출팸’이라고 한다. 가출한 청소년들이 집을 나와 각종 통신매체들을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또래들을 만나 그들 나름의 규칙을 만들고 함께 생활하는 조직이다. 암매장사건의 피해자는 속한 '가출팸'의 규칙을 어겨 집단폭행을 당하고 결국 살해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가출팸’ 이라는 조직은 어떻게 형성하는 것일까? 가출팸을 형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한 포털사이트에서 '가출팸'으로 검색한 결과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가출팸’. 이 세 글자만 검색창에 입력하면 가출팸을 모집한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실제로 그 글 중에는 연락처를 교환하며 연락하겠다는 댓글들이나 현재 몇 명이 있는지 등 가출팸에 대한 질문이 있는 댓글이 달린 글들도 많이 있었다.


(사)세계빈곤퇴치회가 2012년 발표한 '가출팸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 의견 수렴조사 요약보고서'에 따르면 거리의 청소년 423명을 조사한 결과 37.1%가 가출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가출 청소년 전문가인 송정근 목사·장동섭 목사가 2012년 18개 도시 28개 지역에서 밤 11시~새벽 3시까지 거리를 누비며 만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은 결과다.


그중 가출팸 경험자의 41.3%는 ‘혼자 사는 게 외로워서’, 28.6%는 ‘혼자만의 가출 생활이 무서워서’ 가출팸을 조직한다고 답했다. 그 외에도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호기심’,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라는 이유도 있었다.


이렇게 형성된 가출팸은 역할을 나눠 생활비를 벌고 수입을 함께 관리하기도 한다. 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개인보다는 단체로 활동하기 때문에 죄의식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때문에 더 심각한 범죄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게 되고 위와 같은 잔인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몇몇 가출팸은 남녀구분없이 생활하기도 하기 때문에 성범죄에도 많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가출팸을 모집한다는 글로 가출 청소년을 유인해 성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발의된 '청소년 가출 예방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아직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강명순 전 국회의원은 여러 인터뷰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가 "청소년들은 선거권이 없기 때문에, 즉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 경찰에 접수된 가출 청소년(14-19세)은 2009년에는 24만 명, 2014년에는 54만 명으로 5년 사이 2배가 넘게 증가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그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여러 지역센터가 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해 노력 중이라지만 집 밖의 아이들에겐 이보다 더 크고 튼튼한 울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안타까운 아이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글=홍성희(무학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왕십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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