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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평양 레이더] 동선 짧아진 김정은…‘수소탄 실험’ 뒤 지방 발길 뚝 끊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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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북한 김정은의 잠행(潛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주째 사저·노동당 청사만 오가
4~5㎞ 무력부 갈 때도 철통 보안
미국 지난주 스마트핵폭탄 공개
“고강도 무력시위에 긴장” 분석도

4차 핵 실험(지난 6일 함북 풍계리) 후 2주 가까이 공개활동이 사실상 중단된겁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동정을 추적하는 관계당국에 따르면 그는 현재 평양에 머물고 있습니다.

중구역 창광동에 자리한 노동당 청사와 바로 옆 사저를 오간다는 건데요. 관영 선전매체가 보도한 김정은 동정을 살펴봐도 일치합니다.

‘수소탄 성공’에 기여했다는 핵 과학자들과의 기념촬영(11일 보도)과 국가 표창 수여 행사(13일 보도)가 모두 노동당 중앙위 사무실에서 열렸죠.

사전 녹화 가능성이 높지만 1일 조선중앙TV로 방영된 김정은 신년사도 노동당 청사에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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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북한 선전매체들이 보도한 김정은의 인민무력부 신년 축하 방문 모습. [구글어스, 노동신문]

노동신문은 10일자에 김 제1위원장이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를 축하방문했다고 사진과 함께 전했는데요.

정보 당국 관계자는 “집무실서 4~5㎞ 떨어진 무력부 청사를 철저한 통제 아래 잠깐 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귀띔합니다.

지방의 군부대나 공장·기업소를 수시로 찾아다니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다는겁니다.

올들어 평양을 벗어난 김정은의 활동은 핵 실험 직전 북한군 대연합부대의 포사격 경기 참관(5일 보도)이 유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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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 당국은 김정은의 집무실과 노동당 청사 등에 웬만한 포격에 견딜 특수 콘크리트 지하벙커가 갖춰진 것으로 파악합니다.

또 이 건물들 간에는 차량 이동이 가능한 지하 대피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는 겁니다.

인민무력부나 국가안전보위부 건물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요.

김정은이 유사시 긴급대피와 탈출이 가능한 시설에 머물며 대외활동은 자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물론 핵 실험 직후엔 김정은이 평양을 비우기 힘든 상황도 생겼습니다.

우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 등의 외교·군사적 대북조치에 대해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보고받고 결정해야 하는 측면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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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집무·주거 시설이 몰려있는 평양 중구역 일반인 통제구역의 위성사진. [구글어스, 노동신문]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의 심상치않은 대북압박 움직임입니다. 워싱턴의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강경한데요. 핵심 전략자산인 B-52 폭격기가 북한 상공을 관통하는 무력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특히 지난주 미 국방부가 공개한 최신형 열핵폭탄 B61-12의 시험투하 영상은 김정은과 평양 지도부를 숨죽이게 했을 것이란 게 우리 정부 당국의 판단입니다.

무게 380kg의 오렌지색 탄두는 네바다 사막에 그려진 둥근 원 모양의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는데요.

지하 45m미터 콘크리트 갱도의 가상 적 지휘부를 초토화 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드러냈습니다.

이 실험은 지난해 말 북한의 핵 실험 징후가 포착된 직후 이뤄졌다고 합니다. 미묘한 공개시점을 두고 김정은 정권의 핵 도발을 억제·응징할 대북 맞춤형 핵무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도 이를 감추지 않고 있죠.

스마트 핵폭탄으로 불리는 B61-12를 두고 ‘반드시 보복받는다’는 인식때문에 북한의 전쟁의지를 개전(開戰)단계부터 꺾을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북한은 핵 선제 공격이나 전쟁시 전시 지휘부가 평양이나 북부 산간지역 지하벙커에 은신해 하게돼있는데요.

우리 군 관계자는 “통신감청이나 내부 협조자에 의한 정보인 휴민트(humint)등으로 파악해 지도부만 정밀타격하는데 최적화된 무기체계”라고 설명합니다. 폭발력을 제어할수도 있어 핵심 지도부가 있는 곳의 상황에 맞게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나 환경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는군요.

평양의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동정을 보도하면서 활동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신변을 보호하려는 차원인데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엔 최고지도자의 동정을 구체적인 날짜와 함께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3년5월 미군 무인항공기가 탈레반 지도부의 지휘차량을 포격해 몰살당하자 상황이 달라졌죠. 그해 7월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군부대나 공장 방문 날짜를 감추기 시작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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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취재하는 기자들로서는 노동신문 보도가 나오면 하루이틀전 김정은의 활동이 있었다고 추정해 기사를 쓸 수 밖에 없는데요. 언제쯤 ‘김정은 제1위원장 주간 동정’ 같은 자료를 미리 받아볼 수 있을까요.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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