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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허브빌리지 인수, 돈보고 덤빈 숙박사업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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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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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신규 출점보다는 고객 감동을 결정했다. 그는 “고객에게 가든 문화라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허브빌리지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뒤로 임진강 줄기가 보인다. [사진 전민규 기자]

홍성열(62)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국내 패션 아웃렛 산업의 개척자로 꼽힌다. 서울 구로지역 공장지대를 아시아 최대 아웃렛 타운으로 바꿔놓은 그가 지난해 12월 118억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소유였던 ‘허브빌리지’를 인수했다. 마리오아울렛을 다른 곳에도 출점해 달라는 지방 유통기업과 중국 현지기업의 수많은 러브콜을 거절하고서 한 행보다.

리조트 사업 뛰어든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전재국씨 경매물 118억에 인수
음악·미술·문학 어울린 명소될 것
1980년 200만원으로 사업 시작
평생 번 돈 품격있게 쓰고 싶어
아시아 최대 도심형 ‘구로 마리오’
평일 10만 주말 20만명 방문

 지난 9일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임진강 변에 자리한 허브빌리지에서 만난 그는 “돈을 보고 덤벼든 숙박업 비즈니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 기업으로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이 어우러진 품격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오랜 역사를 가진 가든에서 휴식을 취하고 문화를 즐기지 않느냐. 머물면서 힐링할 수 있는 문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패션·유통에 이어 리조트 사업에 손을 뻗친 이랜드의 사업 비전을 따르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작 홍 회장은 인터뷰 내내 ‘가치와 품격’을 강조했다. 그는 “도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대형 패션아웃렛 안의 거대한 토마토농장을 상상해보라”며 “패션과 유통에 자연을 결합하는 가치 있는 일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일본의 온천장 같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외관엔 손을 많이 대지 않고 대신 야생화농장 등 자연과 어우러진 콘셉트를 신중하게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리오아울렛 매장 내·외부 공간에 마리오가든, 마리오동물농장 등 자연공간을 조성하고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고객들에게 증정하는 등 그동안 자연과 고객을 연결하는데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왜 하필 허브 빌리지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0년 전부터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개인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평소 허브빌리지 같은 콘셉트를 꿈꾸었지만 여의치 않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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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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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빌리지는 약 5만7000m²(1만7000여평) 규모로, 초대형 유리온실과 야외 가든을 비롯해 수공예 교실과 야외 공연장을 갖추었다. 숙박시설 클럽 플로라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머스 테이블, 한식당 초리, 스파(Spa)시설 허브찜질방 등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앞으로 야외수영장과 박물관도 세울 계획이다.

 지방의 대형 쇼핑몰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자본 투자 없이 마리오 브랜드로 경영을 해달라는 제안이 오고 있지만, 당분간 아웃렛 추가출점 계획은 없다. 허브빌리지에 공을 들이는 한편, 마리오아울렛의 상품기획(MD)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명품관, 가구관, 대형 F&B몰(식음료장)을 낸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디지털 가전 유통 브랜드 ‘전자랜드 프라이스킹’을 오픈했다. 고객이 한곳에서 패션·명품·가전·식음료까지 원스톱으로 쇼핑을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매장에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소문 덕에 매년 방문자 수가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고 있다”며 “외국어 안내 서비스는 물론이고 텍스리펀드(사후면세) 서비스와 자국통화결제서비스(DCC)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서울 가산동에 2001년 마리오아울렛 1관을 연 뒤 3년 만에 2관을 오픈했다. 2012년엔 ‘고층쇼핑몰은 장사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며 13층짜리 3관까지 오픈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심형 아웃렛 타운을 만들었다. 현재 마리오아울렛엔 평일 10만명, 주말 20만명의 고객이 찾고 있다. 연매출은 지난해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몇 년 새 W몰, 현대아웃렛 등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는 연매출 1조원 규모의 ‘가산패션단지’를 형성했다.

 “1980년 형제들에게 빌린 200만원으로 서울 대방동에서 사업을 시작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웃렛 쇼핑몰을 일궜습니다. 그렇게 평생 번 돈을 이젠 품격있게 쓰고자 합니다.”

글=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홍성열 회장=충남 당진 출신의 홍성열 회장은 1980년 서울 대방동에서 형제들에게서 빌린 200만원으로 편물기 4대를 사들여 니트 장사를 시작해 1985년 패션브랜드 ‘까르뜨니트’를 출시했다. 외환위기로 구로공단의 공장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자 생산과 유통을 ‘원스톱 시스템’으로 묶은 패션아웃렛을 선보였다. 2001년 마리오아울렛 1관에 이어 2012년 3관을 오픈하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심형 아울렛을 일궜다.

◆허브빌리지=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 차원에서 검찰이 압수해 경매에 내놓았다가 두 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12월 마리오아울렛에 인수됐다. 경기도 북부지역 농장이나 테마공원에서 찾기 힘든 숙박시설(40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4월에서 6월까지 라벤더축제가 열리고 한여름엔 연천DMZ국제음악제가 진행된다. 인근에 재인폭포, DMZ 폭풍전망대, 숭의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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