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계산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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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4차핵실험에 기여한 핵과학자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서 누가 최대의 수혜자일까?

겉으로 보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다. 이번에 한껏 몸값을 올렸다. 대내적으로 올해 5월로 예정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북한 주민들에게 핵·경제 병진 노선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다.

대외적으로 수소폭탄을 보유했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함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특히 '낙담에 의한 방치'에 가까웠던 태도를 보였던 미국의 관심을 끌었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대북 제재의 폭과 강도에 대한 ‘미·중 담판’을 짓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등 미국의 분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진정한 수혜자는 따로 있다.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동북아의 패권을 움켜쥐려고 한다. 그 동안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중국을 한·미·일 공조로 압박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한·미·일 외교차관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북한에 대한 최대의 영향력을 보유한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을 함께 촉구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로 다져진 한·일 관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한·일이 ‘과거’에 매달려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사드)의 배치를 내심 바라고 있던 차에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아무 연락을 하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9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말이다.

중국은 본전이다. 중국은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지 말라고 북한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최용해 특사가 2013년에 방중했을 때도 분명히 전달했다.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보다 붕괴나 통일이 더 좋지 않는 결과다. 따라서 핵 보유에 반대하지만 최악은 아니다.

중국이 핵 실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 실험이 미국의 아시아로의 복귀를 자극시키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길까봐 우려한다.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폭격기, 핵항공모함 등을 출현시키면 북한보다 중국을 더 감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이 아닐지언정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이다. 일단 시늉을 내고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한국은 손해다. 한국은 2014년 세계에서 가장 무기를 많이 수입한 나라였다. 78억 달러(한화 8조원), 미국에서 정찰용 무인항공기 등 70억 달러를 수입했다. 이번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면 무기를 더 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최근 공개한 스마트 핵폭탄 B61-12도 구미가 당기는 무기다. 핵실험 갱도나 무기고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소형 핵폭탄으로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기에 안성마춤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잠시 힘들지만 있는 폼은 다 잡고, 미국은 아시아로 힘을 더 키우면서 한국에 무기를 팔고 중국을 압박한다. 중국은 제재에 참여하는 듯 시늉하다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한국은 불안에 떨다가 무기를 산다. 이 계산서가 언제까지 반복될지…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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