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서 뛰기만 하던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치어리더로 변신했다. 농구 팬들과 줄다리기 시합도 하고, 관중석에 들어가 피자를 나눠주는 도우미로도 뛰었다.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17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여자 프로농구의 6개 구단 연고 도시가 아닌 곳에서 치러진 이번 올스타전은 그동안 소외된 지역의 농구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날 체육관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고, 2700여명이 꽉 들어차 뜨거운 열기를 과시했다.
관중들의 함성이 가장 컸던 건 1쿼터가 끝난 뒤 가진 W스페셜 공연이었다. 양지영(삼성생명) 신재영(신한은행) 이승아(우리은행) 홍아란(KB국민은행) 전보물(KDB생명) 강이슬(KEB하나은행) 등 6개 구단을 대표하는 얼짱 선수들은 이날 걸그룹 EXID의 '아 예' '위아래' 등에 맞춰 치어리더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모처에서 8시간동안 춤을 연습했다. 평소 유니폼만 입고 코트를 누볐던 이들은 드레스를 입고, 숨겨왔던 끼와 재능을 발산해 팬들의 큰 환호를 이끌었다.
이날 올스타전은 중부 선발(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DB생명)과 남부 선발(삼성생명, 신한은행, 국민은행)의 대결로 진행됐다. 그러나 승부보단 이벤트가 더 흥미로웠다. 올 시즌 선발된 신인 16명은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댄스를 선보였다.
3쿼터 도중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기지시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올스타 선수단 31명과 당진시민·유소녀 선수 등 40명이 연합해 힘겨루기를 펼쳤다. 경기 전에는 정선민, 전주원 등 WKBL 코칭스태프와 연예인 농구단의 오프닝 경기도 펼쳐졌다. 재미있는 볼거리와 팬들의 참여형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
경기에선 4쿼터까지 치열한 접전 끝에 남부 선발이 중부 선발에 89-84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22점 12리바운드를 올린 모니크 커리(KB국민은행)가 기자단 투표 64표 중 37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커리는 "정말 이기고 싶어서 선수들에게 열심히 하자고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뻐했다.
한편 3점슛 콘테스트에선 박혜진(우리은행)이 수상자가 됐지만 행사가 끝난 뒤, 집계 실수가 발견돼 박하나(삼성생명)로 수상자가 뒤집히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당진=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