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란 쿠르디가 자라면 성범죄자? 샤를리앱도 만평 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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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사만평 잡지인 샤를리에브도가 최신호에서 내놓은 만평으로 또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만평은 지난해 9월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난민 소년 아일란 쿠르디(3)의 그림과 함께, 도망가는 여성을 뒤쫓는 남성을 그려넣고 "아일란이 커서 뭐가 됐을까? 성범죄자"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새해 첫날 독일 쾰른에서 발생한 집단 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이 만평은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선데이타임스의 헤일라 제이버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잔인하고 인종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난민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난민 혐오 정서를 풍자하는 만평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터넷언론 복스닷컴의 편집자 맥스 피셔는 "유럽에 만연한 난민 혐오 정서가 결국 쿠르디 같은 어린이조차 성범죄자가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풍자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평하며 "샤를리에브도는 난민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혐오주의자들의 발상을 그대로 만화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썼다.

샤를리에브도가 난민을 주제로 만평을 내놓은 건 처음이 아니다. 쿠르디가 익사체로 발견된 9월 초엔 물 위를 걷는 예수 아래로 물에 빠진 사람을 그려넣고 "유럽이 기독교 지역이라는 증거: 기독교인은 물 위를 걷지만 무슬림 아이는 가라앉는다"고 쓴 만평을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해변에 쓰러진 어린이와 맥도날드 광고가 그려진 그림에 "거의 다 왔는데"라는 문구를 써넣은 만평도 같은 달 출간돼 도마 위에 올랐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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