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해침범 미군 풀어준 이란, 對이란 제재 풀어줄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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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영해를 침범한 미 해군을 풀어줬고, 미국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할 예정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D.의 국방대학교 연설에서 "이란 외무장관이 어제 플루토늄 원자로 압력관을 제거했고, 수 시간 안에 콘크리트로 채워 폭파할 것이라고 알려왔다"면서 "이에 맞춰 이란에 대한 제재를 푸는 날을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란은 이날 걸프 해역에서 영해를 침범한 해군 선박 2척과 병사 10명을 억류 하루만에 풀어줬다. "고의로 이란 영해를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란과 미국은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진 않다. 지난해 7월 핵협상 타결 이후 우호적 기류가 형성됐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국제 평화회담에서 이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고위 성직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포함한 47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면서 촉발된 이란-사우디 갈등으로 노골적으로 한 쪽 편을 들 수 없는 입장이다. 양측의 냉정과 자제를 주문할 뿐이다.

이번 미국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해제 움직임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하원은 이날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란 테러금융 투명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91명, 반대 106명으로 통과시켰다. 제재 해제에 앞서 의회 검토를 마치고, 제재를 해제할 경우에도 대상자 또는 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서면 보증을 외희에 제출토록 하는 내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이 행정부로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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