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컨퍼런스…학생 스스로 교칙 정하고 실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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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기도 파주시 세경고(옛 파주공고)에서는 학생·학부모·교사 900여 명이 올해 학교 생활규칙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의 주된 안건은 남학생들의 투블록(윗머리는 기르고 옆은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과 여학생들의 기초화장 허용 여부. 두 안건 모두 사전에 학생회의, 학부모·교사 대표회의를 거쳤다.

이 학교 박성규(39) 교사는 “3시간 토론 끝에 여학생의 기초화장은 금지하되 투블록은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세경고는 이처럼 매 학기 말 학교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을 벌여 다음 학기 교칙을 정한다. 이렇게 정해진 교칙을 어길 경우 학생 검사와 판사, 변호사로 이뤄진 자치법정에서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

박 교사는 “학생 스스로 교칙을 정하고 실천하면서 책임감과 배려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의 인성 수준(만점 100점)은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행동(53.7점→64.7점)과 인지(48.2→56.2점) 영역 모두 크게 올랐다. 학교폭력 건수도 2013년 20건에서 지난해 0건으로 줄었다.

이 학교의 사례는 11일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이 주최한 ‘인성교육 콘퍼런스’에서 모범 사례로 보고됐다. 이번 행사는 전국에서 인성교육을 잘하는 모범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취지로 개최됐다. 본지 인성교육연구소가 ‘인성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발표했고, 전국의 교사·학부모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인성교육 실천 우수 사례 중엔 경기도 양평군 지평고의 청소년 카페 ‘날개’도 있었다.

지난해 4월 지평초·중·고 학부모 50여 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학교 인근에 건물을 임대하고 카페를 만들었다. 학부모들이 직접 6개월 동안 내부를 리모델링했다.

평일에는 엄마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만들어 주고 아빠들은 주말마다 재능 기부로 연극·건축 등의 교실을 연다.

지평고 학부모 정남선(47·여)씨는 “방과후 갈 곳 없던 학생들이 카페에 모이면서 아이들이 매우 밝아졌다. 특히 카페를 중심으로 초·중·고 학부모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정병국 상임대표는 “인성교육진흥법의 최종 목표는 인성교육이 저절로 이뤄져 법이 폐지되는 것이다. 모범 사례가 널리 알려져 실천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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