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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돼지 안심 폴란드 김치와 만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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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8면

“한국과 폴란드는 공통점이 참 많은데 김치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제 고향에서는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라 불리는 반찬이 있거든요. 김치와 유사하게 양배추를 절인 뒤 발효시켜 먹죠. 서울에 처음 도착했을 때 김치를 맛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주한 폴란드 대사 부인 조피아 마이카의 말이다. 그는 한국에서 김치 통을 구입해 고국에 가져갈 정도라고 자신의 김치 사랑을 설명했다.


마이카 부인이 소개한 폴란드 대표 요리는 ‘즈라지(zrazy)’. 얇게 다진 돼지고기 위에?잘게 썬 피클·소시지·감자·양파 등을 올려 둘둘 만 뒤 한데 굽고 쪄서 만드는 요리다.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폴란드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것들이죠. 당연히 폴란드 김치인 사우어크라우트도 곁들여지고요.”


돼지고기가 주재료인 이 폴란드 음식에 어울릴 한식으로는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음식이 좋겠다면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조리운영팀에서 근무하는 강연숙 셰프는 두부김밥을 추천했다.

찌는 음식 많아 건강식으로 통해한국의 주식이 쌀밥이듯 폴란드의 주식은 감자다. 마이카 부인은 “한 겨울에도 보관하기 간편하기 때문에 폴란드에서는 감자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가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요리는 전반적으로 소금을 적게 쓰고 허브와 채소를 풍부하게 사용한다. 튀기는 대신 찌는 방법을 애용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폴란드 음식이 건강식으로 통한다.


“한국으로 이사온 뒤 요리 스타일이 어떻게 변했느냐고 물으신다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대답하겠어요. 폴란드에서도 항상 음식을 튀기는 대신 쪄서 먹었기 때문에 오히려 여기 와서 그 습관이 굳어졌거든요.”


굳이 달라진 점을 꼽자면 폴란드 음식에 참기름을 곁들이거나 호박죽을 더 걸죽하게 끓이는 정도라고 부인은 덧붙였다.


즈라지 외에 소개하고 싶은 폴란드 음식으로 ‘오스치펙(oscypek)’이라 불리는 특별한 치즈를 소개했다. 남쪽 지방에서 특별히 생산되는 양젖으로 만든 단단한 치즈인데, 모양은 빵을 닮았고 맛은 짭짤한 게 특징이다. 이 치즈는 2008년부터 유럽연합의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되어 이름을 보호받고 있다. 디저트로는 양귀비로 만든 케이크가 유명해 성탄절이나 부활절 같은 특별한 날에 주로 만들어진다.


강 셰프는 “폴란드에는 20개가 넘는 ‘슬로우 시티(slow city)’가 있다고 들었다”며 마이카 부인을 향해 “폴란드인들은 아무리 시간이 걸리는 요리라 하더라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타슬로(cittaslow)’로도 알려진 슬로우 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도시 운동이다. 자연을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철학’이 담긴 국제적 캠페인이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30개국 209개 도시가 치타슬로 네트워크에 가입되어 있다. 한국에는 경상북도 청송군, 전라남도 담양군, 충청북도 제천군, 강원도 영월군 등 11군데가 등록돼 있다.


강 셰프는 “폴란드도 우리나라처럼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 요리가 많다”며 이에 어울릴 만한 한식으로 묵은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카 부인이 준비한 즈라지가 완성되자 강 셰프는 한 입 먹어보더니 “돼지 안심의 담백함과 속을 채운 소시지·베이컨의 맛이 서로 잘 어울렸다”며 “묵은 김치찜의 상큼한 맛과 조화를 이루겠다”고 평했다.


한국인들이 즈라지를 즐길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돈까스나 떡갈비보다 담백하다”고 했다.

조린 두부의 촉촉한 식감 일품사찰 음식에 특별히 관심이 많아 이 분야 전문가인 선재 스님으로부터 요리를 배웠다는 강 셰프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두부김밥을 소개했다. 두부김밥의 메인 재료인 조린 두부의 촉촉함과 담백함이 김밥과 제법 어울린다는 이유다.


“약 20년간 양식을 해 왔지만, 한국의 요리사는 한식 또한 전문가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식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사찰음식·약선음식·로컬 푸드·채집요리·유기능 식재료에 관심이 특별히 많아 선재 스님으로부터 사찰음식을 배웠고, 숙명여대 약선음식 과정을 수료했죠. 그리고 전국 식재료 탐방을 다니곤 합니다.”


사찰 음식에 몰입하게 된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 셰프는 “자연을 해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스님들의 마음가짐에 매력을 느꼈다”며 “좋은 재료를 활용해 대사 부인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옆에서 듣던 마이카 부인은 “전에도 두부김밥을 먹어본 적이 있다”며 “특히 김은 폴란드식 감자 칩과 비슷한 질감”이라고 들려주었다. 해산물을 즐긴다는 그는 김밥 중에서도 참치김밥을 가장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폴란드인들에게 김은 아주 낯선 재료죠. 그에 비하면 쌀은 친숙한 편이에요. 감자 대신 쌀을 고기와 채소에 곁들일 때도 많아요. 쌀에 사과·시나몬·크림을 섞어 단맛을 내기도 하고요. 폴란드에서 먹는 밥알은 여기와 달리 끈적거리지 않고 잘 흩어지죠.”


강 셰프는 두부김밥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두부를 꼭 두 번 튀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두부라야 조림간장이 잘 배거든요. 밥의 양을 적게 하고 채소를 많이 넣으면 씹을 때 질감이 좋고 맛있습니다.”


요리가 거의 다 될 무렵, 강 셰프는 독자들에게 먹기 좋은 겨울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싶다며 감자 옹심이와 늙은 호박죽을 언급했다. 약선음식으로는 시금치 홍합 된장국을 먹어보라며 “겨울에는 음기로 인해 신장이 약해지기 쉽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홍합은 신장에 좋고 시금치는 오장육부에 이로우며 피를 생성하는 효능이 있다. 감기를 예방하는 음식으로는 다량의 비타민C가 함유(레몬의 10~20배)된 감잎차를 권했다. ●

● 즈라지 (3~4인분)


재료: 돼지고기 안심 0.5kg, 베이컨 또는 소시지 45g, 피클 90g, 양파 2개, 감자 3개, 사워크림 1/2컵, 갈은 체다 치즈 135g, 겨자소스, 소금, 후추


만드는 방법1. 준비된 돼지고기 안심을 얇게 저민다.2. 감자는 껍질을 벗긴 뒤 작은 크기로 토막 내 삶는다. 3. 베이컨·양파·피클을 채 썰어 겨자소스·소금·후추와 함께 섞는다.4. 펴진 고기 위에 3을 올려놓고 김밥처럼 둘둘 만 뒤 센 불에 익힌다.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이쑤시개로 양 끝을 고정시켜도 좋다.5. 앞서 사용된 오일을 조금 덜어내 냄비에 담고, 고기 롤을 넣어 중간 불에서 약 10분 동안 찐다. 6. 완성된 롤 위에 사워크림·체다 치즈를 올려 삶은 감자와 곁들인다. 호밀빵과 먹어도 좋다.

● 두부김밥 (10인분)


재료: 두부 2모, 진간장 4T, 다시마 물 3T, 물엿 4T, 시금치 300g, 당근 1개, 오이 1개, 단무지 10줄, 김 10장, 식용유, 참기름, 참깨, 소금, 쌀 3T우엉양념 재료: 우엉 1대, 진간장 2T, 설탕 1/2T, 물엿 1 ½T, 다시마 물 4T, 들기름 1 ½T


만드는 방법1. 두부를 10등분으로 길게 잘라 소금을 뿌려 물기를 제거한 후 기름에 두 번 튀긴다. 2. 우엉은 6cm로 채 썰어 들기름에 볶는다. 프라이팬에 다시마 물을 붓고 중간 불에서 약 10분 동안 졸인다. 물엿·설탕·진간장을 마저 넣고 3분 더 졸인다.3. 2번에 두부·다시마 물·진간장·물엿을 넣어 약한 불에 5분 동안 졸인다. 4. 오이는 채 썬 뒤 소금을 뿌려 물기를 제거한다. 시금치는 데치고 소금·참기름으로 간한다. 당근은 채 썬 뒤 중간 불에 3분 동안 볶는다. 밥은 참기름·참깨·소금으로 간한다.5. 김발 위에 김을 올려놓고 그 위에 밥을 얇게 편 뒤, 갖은 재료를 놓고 김밥 말듯이 돌돌 만다. 먹기 좋게 잘라 내놓는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lee.sungeun@joongang.co.kr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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