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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분석…반도체,스마트폰,환율 '3중고'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6조원 초반에 그치면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31% 증가한 6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 기간 매출은 0.51% 늘어 53조원을 기록했다. '깜짝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하면 영업이익이 한 분기만에 17.46% 줄어들었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한해 전에 비해 5.35% 증가한 26조3700억원, 매출액은 2.85% 감소한 200조3400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눈높이는 계속 낮아져왔다. 지난해 12월초만해도 6조7952억원이었던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이달 초 6조5715억원으로 3.29% 하향 조정됐지만 이마저도 채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에서 구체적인 사업부분별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 부문별 실적은 이달 말 확정치 발표 때 공개된다. 업계에서는 4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을 반도체로 대표되는 부품(DS) 부문과 스마트폰의 업황부진에 환율효과마저 사라진 때문으로 분석한다. 3중고에 시달리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는 얘기다.

그간 효자 노릇을 해왔던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 감소에 가격마저 떨어지면서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증권가는 지난해 3분기 4조650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DS 부문 영업이익이 4분기에 다시 3조원대로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도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생산한 스마트폰의 8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판매하는데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중저가폰 시장은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거세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재고를 처리하려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된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이 포함된 IT·모바일(IM) 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원 안팎에 그쳤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분기별 성적 가운데 최저치였던 3분기 2조4000억원을 밑도는 수치다.

반면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영향과 TV 수익성 향상에 힙입어 소폭 개선된 것으로 점쳐진다. 그간 효자 노릇을 했던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부진을 CE 부문이 다소 만회한 셈이다. CE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7000억원 안팎으로 3분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종 실적이 나올때 까지 부문별 성적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실적이 좋았던 3분기에 비하면 DS와 IM 부문이 모두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환율 효과도 사라졌다. 4분기 내내 원달러 환율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수출 대금 환전 차익을 누리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에 누린 환율효과를 약 8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전망도 밝지는 않다. 실적 비중이 큰 DS 부문에서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반도체 재고량 증가에 따라 가격 하락 압력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1분기의 경우 전통적인 '수요 침체기'여서 당장 회복도 쉽지 않다.

IT전문가인 박용후 PYH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상반기에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가 어느정도 돌풍을 일으키느냐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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