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도 국방부도 북한 수폭 실험 사전에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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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수소폭탄 실험 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명령서. [사진 조선중앙TV ]

북한은 6일 수소폭탄 실험을 하기에 앞서 한·미·일은 물론 중국에도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

[북 “수소폭탄 실험”] 발표
국정원, 북 특이동향 포착 못해
한민구도 이틀 전 “아는 바 없다”
북, 1~3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이번엔 미·중에도 미리 안 알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 오후 외교·국방·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받고 난 뒤 “과거와 달리 미국·중국에 사전 통보가 없었고 (차량 움직임 등) 사전 징후도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1~3차 핵실험 때는 하루 전에 미·중에 통보해 미국이 우리에게 알려줬는데, 이번엔 미국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주호영 정보위원장은 “국정원도 특이 동향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며 “북한이 철저히 노출되지 않도록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이번 실험을 감지하지 못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실험 징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한·미가 깊은 관심을 갖고 추적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북한 핵실험을 최소 한 달 전에는 알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이번 수소폭탄 실험은 지진파로 각지에서 한꺼번에 감지됐다. 실험 시간은 오전 10시30분이었으며 기상청은 10시30분48초에 속초관측소에서 처음으로 규모 4.8의 지진파를 감지했다. 비슷한 시각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규모 5.1, 중국지진센터는 규모 4.9의 지진 발생을 인지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0일께 이상 징후를 감지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면서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다”고 언급한 날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당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터널 앞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어 회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핵실험 시기나 수소폭탄 실험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고 한다.

 6일 오전 기상청이 인공지진이란 결론을 낸 이후에도 정부는 “핵실험인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고 하다 북한이 성명을 낸 뒤에야 “4차 핵실험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의 발표 후 “보고를 받았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도 “(사전에) 알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수소탄 실험과 관련해 사전 통보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유지혜·박유미·정원엽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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