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상한 직업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 상당수가 꿈꾸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자주 선택을 후회하는 직업. 바로 교사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청소년들 중 15.5%가 교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OECD 가입국 중 터키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교사들은 10명 중 2명(20.1%)이 자신의 직업 선택을 후회했다(2013년 교수학습국제조사 분석 결과). 조사 대상국 중 1위였다. 왜 이런 괴리 현상이 나타날까.
지난해 12월 23일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이 영상에서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교탁에 있는 교사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건들며 조롱하고 있었고 한 학생은 보란 듯이 이를 촬영 중이었다. 교실 안에서 버젓이, 다수의 학생에 의해 자행된 것을 보면 상습적 행동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에 의하면 2010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총 2만6411건의 교권 침해가 있었다. 한 초등 6학년 담임교사는 “왕따 가해학생을 혼내려던 동료 교사가 지난 학기 병가를 냈다. 가해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시켜 수업 시간에 다들 엎드려 자며 집단 수업 거부를 했지만 손 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해외에는 학부모 소환권이나 유급 여부 평가권 등 교사에게 실질적인 지도권을 준다. 우리는 이런 시스템 없이 교사 개인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건 학부모에 의한 ‘숨은’ 교권 침해다. 교육부가 집계한 교권 침해 중 학부모의 교권 침해는 1.6%(2만6411건 중 41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교총이 침해 주체별로 신고받기 시작한 2014년 한 해에만 교권 침해 신고 사례 중 52.8%(439건 중 232건)가 학부모의 교권 침해였다. 충남 지역의 한 초등 5학년 담임교사는 “오전 9시 수업 준비 중이었는데 한 엄마가 교실 뒷문을 ‘쾅’ 하고 열더니 ‘우리 딸 괴롭힌 OO년 누구냐’고 소리친 적도 있었다”며 “교감까지 와서 말렸지만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대피시키기 전까지는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교권은 교실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다. 1989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의 “오 캡틴, 마이 캡틴”이란 대사가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이 있는 이유다.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은 그걸 보고 배우는 현실에서 학생을 바른길로 인도할 ‘캡틴’은 나올 수 없다. “험한 꼴 한번 당하고 나면 교육적 신념과 의욕이 처절하게 무너진다.” 한 고교 교사의 말이다. 아이를 생각한다면 교권 존중은 필수다. 교권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우리 자녀가 본다.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