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주택시장 혼란 자극하는 통계 착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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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경제부문 기자

“미분양이 그렇게 많이 늘었는데 이제 시장 흐름이 꺾인 게 분명해.” “그새 조금 올랐나 싶었는데 다시 집값이 곤두박질치는 것 아냐?”

 연말연시 모임에서 지인뿐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들은 말이다. 부동산 관련 종사자도 마찬가지다. 중견 주택건설업체 주택담당 임원은 “분양 계약률 상승세가 꺾였다”며 “분양시기를 좀 더 앞당겼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연말을 지나면서 발표된 각종 주택시장 지표를 대하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공급자·수요자 모두 마찬가지다.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난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과 분양물량은 공급과잉 우려를 낳았다. 지난해 11월 한 달새 50% 넘게 증가한 미분양은 엎친 데 겹친 격이었다.

 시장은 충격에 빠졌고 주택시장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는 통계의 착시에서 오는 것일 수 있다. 11월 미분양은 10~11월 이전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월 7만~8만 가구의 새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수요 부족보다는 공급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단지별 미분양 현황 자료를 들여다보면 분양 직후의 초기 계약률이 나쁘지 않다. 11월 미분양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경기도 용인의 미분양 대부분은 10~11월에 대거 분양된 단지들이다. 그런데 이들 아파트의 한 달 계약률이 대개 50% 이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계한 3개월 내 전국 평균 계약률 20%대를 훨씬 웃돈다. 한 달새 ‘반밖에’ 안 팔린 게 아니라 ‘반이나’ 팔린 셈이다.

 지난해 치솟았던 주택시장 온도에 적응돼 있다 보니 약간의 온도 하락에도 시장이 민감해졌다. 주택건설업계가 눈높이를 지나치게 높인 측면도 있다. 계약 시작 일주일, 혹은 한 달 만에 ‘조기완판’ 됐다는 식으로 홍보하면서 과열에 일조했다. 주택시장 역시 흐름이다. 앞뒤를 자르고 한 시점만 본다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통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좀 더 냉정해져야겠다.

안장원 경제부문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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