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인격 살인 당한 나를 또 무덤에 넣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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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정(사진)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30일 정명훈 예술감독에게 “진실 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29일 정 감독의 전격 사퇴로 일단락될 듯 보였던 서울시향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정명훈 감독에 진실 규명 촉구
“부인도 속히 귀국, 조사 응해야”
정씨 측 “허위사실 유포 지시 안 해”

 박 전 대표는 이날 정 감독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나는) 작년 12월 인격 살인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생매장당해 13개월 동안 무덤 속에서 허우적거렸다”며 “그런 사람을 다시 한번 ‘한 사람의 거짓말’이라며 무덤 속으로 밀어 넣어 또다시 인격 살인을 했다”고 적시했다. 전날 정 감독은 사의를 밝히면서 “서울시향이 지난 10년 동안 이룩한 업적이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무색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박 전 대표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보고 들었던 내용을 비망록 형식으로 공개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정 감독 부인인 구모씨는 정 감독의 비서 백모씨에게 문자메시지로 “인권침해 이슈만 강조하라” “박 대표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고 지시했고, 이에 백씨는 “사모님, 고소 곽○○ 섭외했습니다” “사모님 어드바이스 해주신 대로 잘 됐습니다”라고 보고했다고 박 전 대표는 주장했다.

 공개서한에서 박 전 대표는 “감독님께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고 하셨으니 10개월 넘게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 계신 사모님께서도 속히 귀국하셔서 경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정 감독의 부인은 박 전 대표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직원들의 사정을 알게 되자, 심각한 인권 문제로 파악하여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 감독과 경찰 간에도 진실 공방을 벌였다. 정 감독은 29일 “수년 동안 제 보좌였던 백씨가 첫아기를 출산한 후 몇 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70시간이 넘는 조사를 차가운 경찰서 의자에 앉아 받은 후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30일 “백씨가 임신 상태여서 첫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 전에는 연락도 시도하지 않았고, 첫 조사도 출산 이후 두 달 정도 시점에 진행했다 조사 중에도 불편함을 호소하면 쉬었다가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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