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과속 벌금 3배 올려 116만원... 미 워싱턴시도 세수확보 꼼수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워싱턴시가 과속 차량에 최고 1000달러(116만여원)의 교통 법규 위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 교통부는 교통 신호·규정 위반 차량에 물리는 벌금을 대폭 상향하는 내용의 새로운 방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새 방안에 따르면 제한 속도가 25마일(40㎞)인 도로에서 25마일을 초과해 과속할 경우 벌금이 현행 300달러(34만여원)에서 1000 달러로 3배 이상 오른다. 또 운행중 자전거 운전자에 충돌하면 현행 50달러에서 500달러로 벌금이 10배 인상된다. 교차로에서 직진 적신호가 켜졌을 때 끝 차선에서 보행자에 양보하지 않고 우회전을 하면 50달러에서 200달러로 벌금이 오른다. 자전거 전용도로에 주차하면 65달러에서 최고 300달러로 인상된다.

새로운 벌금도 만들었다. 우회전 금지 적신호가 켜졌을 때 우회전을 하면 200달러, 사고 수습 현장에서 교통 흐름을 막으면 500 달러, 레크리에이션센터와 노인복지관 주변에서 과속하면 100달러를 내야 한다. 긴급 상황으로 출동한 구급차·소방차·경찰차의 운행을 방해하면 500달러가 부과되고, 버스가 주행 도로에 진입할 때 양보하지 않으면 500달러다.

시 당국이 ‘벌금 폭탄’ 규정 만들기에 나선 이유는 각종 교통 법규 위반으로 교통사고 사상자들이 발생하는 만큼 강력한 규제로 이를 막겠다는 생각이다. 뮤리엘 바우저 시장은 2024년까지 교통사고 사상자를 한 명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비전 제로(Vision Zero)’를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테러 오웬스 시 대변인은 “교통 법규 위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기 위해 사법 당국은 강력한 억제책이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서행해야 할 주택가 도로에서 50마일로 달렸을 때 길가의 사람들에게 미치는 위협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50마일로 달리는 차량에 부딪히면 사망률이 75%”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세수를 늘리기 위해 벌금을 인상하려는 꾬수라는 반발도 있다. 특히 워싱턴으로는 인근 버지니아주·메릴랜드주에서 출퇴근하는 이들도 많다. WP는 “일각에선 워싱턴시가 다른 주의 주민들에게 세금을 물리려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시 의회의 교통환경위원회는 다음달 8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금 인상안을 설명하는 공청회를 연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