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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경기도 여야 동거 정부 1년 실험, 이기우 사회통합 부지사에게 묻다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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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여야 동거 정부를 꾸려 연정을 한 지 한 돌을 맞았다. 우리 정치에서 유례가 없는 실험이라 연정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쓰려는 전국의 연구자들이 경기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남경필 지사와 함께 도정을 이끌고 있는 이기우 사회통합 부지사를 TONG청소년기자들이 지난 16일 경기도청에서 만났다. 유럽의 내각제에서 주로 등장한 ‘연합정부(Coalition Government)’ 개념을 지방자치 현장에서 실험한 1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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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로 취임 1주년이 됐는데 어떤 성과를 거뒀나.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데 경기도가 운영하는 연정은 상생과 소통, 협력의 가치가 담겨져 있어 정치 발전에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아직은 연정이라는 게 법, 제도화 돼 있지 않고 정치적 합의로만 이뤄져 있다. 1년간 큰 마찰이나 동요 없이 운영했다. 처음 치고는 안착을 했다고 본다. 성과라고 한다면 여당과 야당이 그간 합의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잘 해결한 게 좀 있다. ‘생활임금’이라고 우리나라 최저임금(2016년 6030원)에서 15~20% 더 주는 건데 경기도 소속 근로자들, 경기도 출자 기관 근무자들에게 해당된다.”

-‘메르스 연정’ 때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라 활약이 컸다.
“메르스는 국가적으로 아주 힘든 일이었고 아직도 여파가 남아 경제가 어렵다. 경기도는 메르스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초반 혼란을 딛고 체계적으로 수습이 잘 됐는데, 이 역시 연정의 효과라 생각한다. 당시 병원에서 환자를 안 받으려 했고 학교도 일제히 휴업에 들어가는 등 도민들의 공포심이 극에 달했다. 하루 빨리 걷어내야겠다 싶어 도내 대형 병원장들을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을 모두 모아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이 방(이 부지사 집무실)에서도 회의하고 병원에서도 회의하면서 도가 뭘 지원해야 하는지 파악해갔다. 중앙정부도 우왕좌왕할 때였다. 연정을 통해서 민과 관, 여야 지방 정치인들이 서로 소통한 보람이 있다.”

-경기도는 의회와 시·군·구 등에 야당 소속이 더 많다. 처음에 연정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지사님 선거 공약이어서 야당이 오랫동안 고민하다 ‘진정성 있다’ 판단하고 공모를 해 내가 8대 1로 뽑혔다. 도 의회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고 중간에 소통을 잘 해야 하는 역할이어서 항상 어렵다. 생각이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다. 12월이면 내년도 예산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미리 ‘이런 사업을 할 예정이니 의견을 달라’고 1년 내내 의회에 설명 드린다. 의회는 낭비성 행사인지, 위에 잘 보이려고 하는 전시성 사업이 아닌지 따진다. 사전에 서로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하는 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지만 경기도가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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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왼쪽) 경기도 사회통합 부지사의 취임식에 함께한 이 부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청 홈페이지]

-남 지사와의 파트너십은 어떤가. 갈등은 없나.
“어느 조직이나 다양한 정치, 행정에 대한 견해가 있어 대립은 항상 있다. 그러나 지사님과 나는 기본 목표를 도지사, 부지사 개인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도민들이 잘 살 수 있느냐에 둔다. 우리가 잘못하면 유권자가 심판할 것이다. 나는 투표로 된 건 아니지만 도민들이 상당히 많이 지지해 준 정당의 추천으로 들어 왔다.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다. 도민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 나은지 이 안에서 경쟁한다. 도지사의 생각이 더 좋으면 그렇게 하고, 내가 더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잘 협의해서 한다. 최종 결과물을 도민들에게 드리는 것이다. 내가 뭘 할지 생각 안하고 자리에만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오늘 아침에도 노숙자 배식 봉사를 하고 왔다. 삶의 현장을 다녀 보면서 체험도 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회의해서 대안도 만든다. 연정은 도민이 잘 살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도구로서 존재한다.”

-남 지사와 인연이 시작된 건. 
“남 지사와는 수원에서 국회의원을 같이 하면서 많이 만났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그땐 내가 여당(열린우리당)이었다. 그 전에 1998년 내가 도의원 할 때 남 지사는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선출직으론 내가 한 달 빠르다.(웃음) 나이도 엇비슷하고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공감대가 있다. 서로 장점을 활용하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부지사가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선거가 단 한 표라도 앞서면 이기는 거다. 승자 독식 체제다. 하지만 행정이라는 건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혜택이 가야 한다. 보건복지, 환경정책, 여성가족, 청소년 업무를 내가 맡았다. 학교 안은 교육청 관할이지만 학교 밖 청소년 업무는 도에서 한다. 연정 운영을 잘 관리하는 것도 내 몫이다.”
(재정전략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이 부지사는 연정 예산 편성에 실질적 권한이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또 보건복지국·환경국·여성가족국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격의 연정기조실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연정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최초 시도라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하면 대한민국에 영향을 주니까. ‘연정하길 잘했다’는 도민들의 여론이 처음에 80%에 달했다. 올 7월 1일자 여론조사에서 50%로 떨어지더니 지난 10월 35%로 내려앉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처음엔 신선해서 좋았던 거다. 도민들은 이제 ‘그렇다면 결과가 뭐지?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지?’ 피부로 와 닿는 걸 원하고 있다. 사실 치고 받고 싸우는 게 없어진 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 예전엔 여기(도의회)도 싸웠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경기도 정치가 불안정하면 투자를 안 할 텐데 그것도 연정 성과다. 내년엔 사회복지에 집중할 거다. 산후조리원이 없는 시·군에 저렴한 공공 산후조리원을 만들고 대학생 기숙사도 늘리는 등 연정의 핵심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경기도 연정이 다른 지방이나 중앙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려고 정보를 얻어 갔다. 모든 지방이 경기도 같지는 않을 거다. 특정 정당에 쏠려 있어 경기도처럼 균형이 맞지는 않다. 2016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당선된 분들은 여야 구분 없이 80%가 박수 칠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국민을 받드는 정치를 하려면 무작정 싸움만 해서는 안 된다. 경쟁하다가도 국가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경기도 모델이 더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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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란) 나는 경상도에서 태어나 전라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지역감정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소백산이 가운데 있어 예전엔 문화가 달랐지만 요즘은 교통·통신의 발달로 차이가 없다.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지역감정은 되게 위험하다. 경기도 연정 모델은 독일을 참조했다. 독일은 통일 이후 사회통합이 잘 돼서 유럽 제일 강국이 됐다. 우리도 지역 간, 남북 간, 신·구세대 갈등을 풀어서 통일 한국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정치권 역할이 중요하고 여기에 경기도가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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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와 조혜진(왼쪽), 오영란 TONG청소년기자단.

글=오영란(매산여고 2)·조혜진(용인외대부고 3) TONG청소년기자 매산여고지부·외대부고지부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도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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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 부지사 약력
2011 아시아뉴스통신 회장
2010 민주당 서민생활특별위원회 총괄간사
2008 장안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08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2008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위원장
2007 열린우리당 원내대변인
2004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
2004 제17대 국회의원
2002 노무현 대통령후보 수원 권선구선거대책위원장
1998 제5대 경기도의회 의원
1989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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