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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은이 이름 지은 백두산발전소, 완공 두달째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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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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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백두산청년영웅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오른쪽은 부실 공사 문제로 숙청된 최용해 노동당 비서.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10월 완공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가 발전기 기술 결함으로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태라고 북한 전문가가 밝혔다.

누수현상 이어 발전기도 결함

 이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세미나 주제 발표에서 “댐이나 토목 공사는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지만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에서 만든 발전기는 개통식만 하고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발전기 성능이 설계 발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전력 사정만 살펴봐도 경제 부문의 전망이 제대로 보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수력발전이 기본인 북한의 전력 생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례없는 가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북단 지역인 양강도 백암군에 건설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는 북한이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대형 건설 프로젝트로 내세우는 계단식 수력발전소다. 이곳 이름을 직접 지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준공식에 참석해 “발전소 완공은 대경사이자 우리 국가의 창창한 미래를 예고하는 일대 사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발전용량 등 구체적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발전소는 준공 단계부터 누수현상이 관측되는 등 문제가 지적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초 김정은 측근 실세이던 최용해 노동당 비서가 전면에서 사라지자 “발전소 부실공사 책임을 지고 지방 협동농장으로 쫓겨나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공사 부실에 이어 발전기 결함까지 드러남에 따라 정상 가동은 물론 북한의 전력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 연구위원은 “평양에 택시회사가 7~9개 정도 영업 중이고 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는 등 민생경제가 나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장마당 경제에 힘입은 것이지 북한 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건 아니다”고 분석했다. 또 “집권 첫해인 2012년 4월 평양 만수대 동상을 재건립한 걸 시작으로 불과 3년여 만에 40여 개의 대형 동상을 제막하는 등 우상화물 건설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내년 5월로 예정된 노동당 7차 대회가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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