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지하철에 얽힌 추억이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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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지하철 9호선에 대한 기사를 써보려고 한 건 지난 3월 9호선 2단계 연장 때부터였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지옥철’로 불리는 곳이 지하철 9호선이죠. 지하철 9호선은 강남과 강서를 잇는 노선입니다. 2단계 연장으로 강남권에 대한 접근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그후 9개월이 지났습니다. 지하철 9호선은 그간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서울지하철 9호선 측으로부터 데이터를 제공받아 가공하고, 실제로 9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바쁜 출퇴근 시간 낯선 기자가 물어보는 질문을 반갑게 응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취재가 쉽지 않다는 조진형 기자의 말에 “새벽부터 밤까지 9호선을 타고 사람들이 뭘 하는지 그냥 보자” 했습니다. 조 기자는 종합운동장역부터 개화역까지를 수차례 오가며 사람들을 살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자녀에게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연말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대화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지하철 9호선에서 살다시피 한 조 기자는 결국 무릎 염증이 심해져서 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습니다. 앞으로 3주일 동안은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9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걸으면 중앙일보 사옥이 나옵니다. 제 경우 대학 때부터 3호선과 2호선을 갈아타며 매일 아침 등교하고 출근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지하철에서 보낸 시간이 굉장히 많습니다. 집과 회사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입니다. 그에 얽힌 추억도 많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요.

 1면 커버 사진은 9호선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개화역의 이른 오전 풍경입니다. 9호선의 상징이 된 붐비는 승강장 사진을 쓰지 않은 건 한 해를 보내며 여운이 있는 사진을 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겨울 아침의 차갑고도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시나요.

 이런저런 일로 분주한 연말입니다.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겠습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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