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60대女, 연하 내연남 수면제 소주에 타 먹인 뒤 살해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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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0㎝ 초반, 몸무게 70㎏가량의 50대 남성이 자신의 방안 침대에서 양손과 발이 뒤로 묶여 숨진 채 발견됐다. 검은 비닐봉투를 쓰고 있던 남성의 이마와 우측 머리 등 3곳엔 2~2.5㎝ 크기의 움푹 팬 자국과 찢어진 상처가 있었다.

지난 20일 낮 12시30분쯤 강원도 인제군 남면의 한 주택 방안에서 숨진 A씨(57)의 발견 당시 모습이다. 인제경찰서는 A씨와 동거를 해 온 B씨(62·여)가 수면제를 소주에 타 먹인 뒤 A씨를 살해(12월 21일자 10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 정확한 사인 분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수면제 성분 검출 여부는 부검 결과가 나오는 2~3주 뒤에나 확인이 가능하다.

경찰이 B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것은 집 식탁에서 발견한 메모 때문이다. 경찰은 몇 개월전부터 A씨와 동거해 온 B씨가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편봉투를 잘라 만든 종이엔 “나한테 왜 이렇게 하느냐. 나한테 이러면 못쓴다. 너도 아파봐야 한다. 나 혼자 죽을 것 같냐. 니가 내 갈비뼈를 부러뜨렸는데 너도 죽이고 니 주변 사람도 모두 죽이려다가 나 먼저 간다.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B씨는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인제군 북면 원통리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주민이 옷장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의 집에서도 살인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수첩을 찾았다. 손바닥 크기의 수첩 21장엔 각종 메모가 적혀 있었는데 10장가량이 A씨에 대한 내용이었다. 수첩 앞쪽엔 “사랑한다”는 내용이, 뒤쪽엔 “수면제를 소주에 타 먹였다. 나를 무시하고 때리는 A를 지난 15일 새벽 4시쯤 죽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조사결과 B씨는 80대 남편이 있고 A씨는 이혼남이었다. 또 두 개의 메모가 필적이 비슷한 점과 숨진 A씨의 몸에서 방어한 흔적이 없는 점을 토대로 B씨가 A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150㎝ 후반에 왜소한 체격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두 사람 사이에 돈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B씨의 수첩과 A씨의 집에서 발견된 메모에“내가 너한테 준 돈만 8000만원이다”라는 내용이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수첩과 메모에서 발견된 내용으로 볼 때 폭행과 돈 문제 등으로 여성이 남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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