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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불발땐 强대强 정국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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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7일 오후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이 한나라당 중앙당사의 최병렬 신임 대표 방을 찾았다. 柳수석은 노무현 대통령이 보내는 난(蘭)을 건네며 축하인사를 전달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엔 가시도 섞였다.

崔대표는 柳수석을 반갑게 맞으면서 "지금 상황이 외환위기 때와 같아 국민이 불안해 하고, 기업인들의 걱정이 크다"며 "대통령께 잘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柳수석은 "한나라당이 잘하면 전혀 불안하지 않다. 대통령이 불안한 분이 아니지 않으냐"고 대꾸했다.

崔대표가 "盧대통령이 신당에서 손 떼고 경제 살리기에 혼신의 힘을 다 하면 전폭 지지할 것"이라고 하자, 柳수석은 "신당엔 손도 안댔기 때문에 뗄 것도 없다"고 응수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崔대표는 "내가 노동부 장관 시절 언론에서 비난 기사를 썼지만 난 언론과 싸운 적이 없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이에 柳수석은 "대통령은 단지 취재관행의 문제를 고치려 했고, 잘 지내려 했다. 그러나 형 노건평씨의 땅 문제가 불거져 시끄러워졌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에 '최병렬 체제'가 들어선 첫날 여야 관계는 그런대로 부드럽게 풀려 나갔다. 강성 이미지의 崔대표부터 유연하게 나왔다. 그는 대북 송금 제2 특검 실시 문제와 관련해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새 특검법안의 처리를 놓고 민주당과 협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민생을 위해선 정부.여당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 文실장 "못할 이유 없다"

그래서 그가 이미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 성사 전망도 일단 밝아 보인다. 청와대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도 "원래 우리가 하자는 입장이었다"며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의제를 조율하고, 상호 신뢰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사전 절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선 盧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다음달 7일 전에 영수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여야가 부닥칠 가능성도 있다. 제2 특검법안에 대한 여야의 절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국이 금세 경색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6월 국회에서 특검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제2 특검법안 통과를 결사적으로 저지한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제2 특검 수사 대상을 1백50억원으로 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에선 찬반이 엇갈린다. 따라서 특검법안에 대한 여야의 타협이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검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할 경우 영수회담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영수회담을 崔대표가 공세를 펴는 장(場)으로 청와대가 인식할 경우 더욱 그렇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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