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J청와대가 은폐한 김영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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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 측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건넸다는 1백50억원어치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씨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가관이다.

金씨집 떼강도 사건을 은폐하는 데 경찰 고위층들이 줄줄이 개입했다. 네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 때 金씨의 출입국 기록은 朴전실장의 그것과 일치한다.

전직 무기거래상인 그가 피해액이 1백억원을 넘는 강도사건을 15개월 동안 감추고, 한낱 사채업자에 불과한 그가 예비접촉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은 이해하기 힘들다. 비밀스럽고 구린 냄새가 나는 이런 일을 계획하고 저지른 실체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金씨의 강도 건은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 수사국장이 공식계통을 무시하고 비선조직을 활용해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위의 부탁을 받은 경찰청 수사국장은 서울경찰청 강력계장에게,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서장에게 보안을 지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경찰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부리는 조직인가. 경위의 전화 한 통에 치안감인 수사국장이 불법행위를 자행하다니 한심하다. 수사국장이 일개 경위의 말만 믿고 강도사건을 숨기려 했을까. 청와대 고위층의 요청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경위는 朴전실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런 면에서 경찰청의 발표는 또 다른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장과 수사국장의 행동은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다.

간부들이 사건 감추기에 급급한 동안 수사형사들은 호텔에서 범인들과 호화 술판을 벌였다니 이것이 경찰인가, 범죄 방조 조직인가. 경찰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우리는 검찰이 나서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또 金씨가 남북 예비접촉 때 무슨 일을 했는지, 그가 관리한 70억원대의 가차명 계좌의 성격도 분명히 규명돼야 한다고 본다. 한시바삐 새로운 특검을 실시해 金씨가 대북송금 과정에 관여한 부분과 朴전실장과의 관계도 파악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