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 여성 지도자, 트위터에 IS 참수 사진 올렸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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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 [AP=뉴시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려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프랑스 낭테르시 검찰은 16일(현지시간) 내무부의 요청으로 르펜 대표를 수사 중이라고 AFP통신에 밝혔다.

르펜은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 오렌지색 옷을 입고 참수 당한 시신, 쇠창살에 갇혀 불타는 남성, 희생자가 탱크에 깔린 모습을 올렸다. 사진을 올리며 그는 “이것이 다에시(IS를 비하하는 아랍어 명칭)다”라고 글을 달았다. 르펜의 트위터 팔로어는 83만 50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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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르펜의 트위터에는 관련 사진이 올라와 있다. 민감한 내용으로 사진은 사용자 동의 후 볼 수 있게 경고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르펜이 IS 관련 사진을 올린 건 언론 보도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프랑스 BMF 방송에서 쟝쟈크 부르댕 기자가 아랍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며 “FN과 IS가 프랑스를 문화적 고립주의에 빠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느냐”며 “FN과 IS는 같은 정신을 공유한 집단일 수 있다”고 말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IS의 사진을 올린 것이다.

르펜은 유로1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에시(IS)를 비난했다고 나에게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항의했다. FN소속 의원 길베르 콜라드도 트위터에 IS 피해자 이미지를 올리며 “살인자 IS와 우리를 같은 취급한 증오 넘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주려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나쁘다. 지난해 IS에 의해 아들 제임스 폴리(프리랜서 기자)를 잃은 존 폴리는 “우리 가족은 르펜이 희생당한 아들의 사진을 검열도 없이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매우 충격을 받았고 즉시 아들의 사진과 다른 사진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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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의해 지난해 8월 참수당한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 [AP=뉴시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르펜이 올린 사진에 대해 “다에시의 프로파간다이며 망신스럽고 혐오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완벽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도 “마담 르펜은 정치·도덕적으로 실패했다. 그는 피해자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르펜은 2010년 리옹에서 길거리에서 기도하는 무슬림을 보고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것 같다”고 발언했던 사건과 관련해 최근까지 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무죄로 결론났지만 사건 수사과정에서 유럽의회는 2013년 르펜의 유럽의회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국민전선은 지난 13일 프랑스 지방선거 2차 결선투표에서 13개 지역에서 모두 패배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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