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Risk②] 미 금리인상에 중국 '환율 방어'…주요국 '환율전쟁' 불안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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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에 직면한 중국에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9%(전년 대비)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자본 이탈이 가속화하며 지난달 외환보유액(3조4383억 달러)은 2013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을 완화할 방어막을 치고 있다. 사실상 미국 달러에 고정된 위안화 가치를 주요 무역 상대국의 화폐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과 연동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4일 홈페이지에서 “위안화 환율 결정에 13개 주요 교역 대상국 통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 지수를 참고 지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통화 바스켓을 도입하는 중국의 노림수는 여러 가지다. 중국은 2005년 달러에 고정한 페그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고시 환율의 ±2% 안에서 움직이는 위안화 가치는 실질적으로 달러에 고정된 상태다. 통화 바스켓을 도입하면 달러와 위안화 사이의 연결 고리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추는 한편 통화 정책을 통한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달러에 고정된 환율은 외환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그 충격파를 막기 위해 미리 둑을 쌓은 것이다.

바스켓 지수의 도입은 위안화의 추가 평가절하를 위한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중국외환거래시스템(CFETS)에 따르면 새 지수의 통화 바스켓 비중은 달러 26.4%, 유로 21.4%, 엔화 14.7% 등이다. 11일 기준으로 올해 위안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3.77% 떨어졌다.

반면 새로운 바스켓지수를 적용하면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2.93% 올랐다.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고 주장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노무라증권은 “중국 정부가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위안화 약세를 조장한다는 미국의 비판에 대한 대응 논리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4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6일 인민은행은 위안화 값을 달러 당 6.4626위안으로 고시했다. 세계 주요 은행은 내년에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8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내년 2분기 이후 위안화 값은 달러당 7.2~7.6위안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는 신흥국간의 통화 가치 하락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며 주요국 사이의 ‘환율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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