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준금리 향방이 안갯속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를 둘러싼 방정식은 더 복잡해졌다. 올해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지에는 두 가지 보기만 있었다. 동결 혹은 인하만 염두에 두면 됐다. 이제는 세 갈래다. 인상을 고려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그런데 어느 하나를 택하기에 주변 환경이 너무 복잡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 기준금리에도 상승 압박을 준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에 머물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 연초 국내 증시 활황을 이끌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미 팔자 공세에 나섰다. 그렇다고 섣불리 따라 올리기도 어렵다. 내수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수출은 부진하고 물가도 11월에 겨우 1% 수준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섣불리 올리는 건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보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대체로 미국 금리의 움직임을 천천히 쫓아갔다. 1999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꾸준히 올린 것은 두 차례다. 미국은 99년 6월~2000년 5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4.75%에서 6.5%로 올렸다. 이때 한국은 2000년 2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다만 잠시 반대 방향으로 간 적도 있었다. Fed는 2004년 6월~2006년 6월 연방기금금리를 17차례에 걸쳐 1.25%에서 5.25%까지 높였다. 그러나 한은은 2004년 8월과 11월에 오히려 금리를 내렸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둔화와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부진으로 성장세 약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금리보다 국내 경기 상황을 더 중요시했다는 얘기다. 그해 외국인은 10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고 우려했던 자본 유출도 없었다.
2006년 6월 이후 9년 6개월만에 도래한 미국 금리 인상기를 맞아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하며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정순원 금융통화위원도 “우리 경제 회복세가 공고해져야 금리 인상 논의가 가능하다”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이런 한은의 기조에 대체로 동의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 그 배경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외국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경우 한은이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지만 미국도 금리 인상 여파로 신흥국 경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려한다”며 “미국 금리 인상 속도는 점진적일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이 굳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8월부터 자금 유출이 있긴 했지만 경상수지가 같이 올라가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다”며 “중국, 일본, 유럽이 여전히 돈을 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논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한-미간 기준금리 간격은 1.5%포인트 인데 미국이 상반기 2차례, 하반기 2번 0.25%포인트 씩 올릴 거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한-미간 금리 차이가 1% 이내로 좁혀진다는 얘기다. 자금 유출 우려가 더 커진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7,8월까지는 금리를 두차례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기에 한국도 금리를 올리는 게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 여건을 들어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오히려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내년 하반기에 우리 경제가 ‘돈 조이기’를 견딜만한 체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유럽의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는 “중국 및 신흥국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거나 내수회복세가 약화될 경우 내년 하반기 중 한차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낮은 인플레이션, 긴축적 내년 예산, 가계부채 규제 강화 등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할 것”이라며 내년 2분기쯤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하남현ㆍ김경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