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 Report] 폴란드 이 항구, 3.6% 성장의 출발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기사 이미지

그단스크 DCT 터미널(물류) ● 내용: 연간 150만~300만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처리 가능 ● 특징: 1년 내내 얼지 않는 발틱해 최대 처리 능력 ● 주요 해외투자자: 호주 맥쿼리 등

기사 이미지

#8일 폴란드 북부 발틱해에 자리한 그단스크 항(港). 발틱해에서 드물게 1년 내내 얼지 않는 천혜의 항구로 꼽힌다. 특히 DCT터미널로 불리는 제3항은 유럽 발틱해 항구 중 컨테이너 물동량이 가장 많다. 이날도 20개 대형 크레인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연간 150만~300만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다. 부산항에서 출발하면 36일 정도 걸린다. 마치에크 크비아트코브스키(66) DCT 사장은 “그단스크 항을 이용하면 러시아로 가는 시간을 3일 정도 줄여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우리 때문에 주변국의 경쟁 항구는 공급 과잉 문제가 생길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유럽 경제강국 발돋움의 현장
러시아까지 가는 뱃길 3일 줄이고
신호등 하나 없이 고속도 진입 가능
중국행 일대일로 열차로 물류 혁신

 #9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중심가에 자리한 KT 폴란드 지사. 17일 초고속 광케이블망 공사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 작업을 하고 있었다. KT는 지난 2년2개월간 바르샤바가 속한 마조비에츠키에주(州)를 위주로 3640㎞의 초고속 광케이블망을 깔았다. 서울~부산 거리의 9배에 달하는 공사였다. KT는 자회사(KBTO)를 통해 내년부터 20~30년간 사업권도 획득했다. 최소 40Mbps의 속도로 주변 경제 강국 독일 못지 않은 인터넷 환경이 마련된다. 오세광 지사장은 “통신 사업에서 폴란드는 서유럽과 동유럽을 이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며 “광케이블망 완공에 주변국 크로아티아·루마니아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비세그라드(V4, 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로 불리는 중유럽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폴란드는 1989년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며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 체제 전환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년간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3.9%였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의 3배 수준 이다. 2004년 EU 가입 이후 국가간 균형 발전을 위해 지원되는 기금의 유입으로 발전의 기반도 튼튼히 다졌다. 폴란드의 최대 경쟁력은 독일 등 서유럽으로의 접근성, 저렴한 생산 비용을 앞세운 수출 경쟁력, 우수한 노동력, 다양한 외국인 투자유치 등으로 꼽힌다. 지난해 러시아 금수조치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3.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3.6%(EU통계청)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이미지

KT 초고속 광케이블망(ICT)
● 바르샤바 주변 3640㎞ 초고속 광케이블망 공사
● 최소 40Mbps 속도, 독일 못지 않은 인터넷 환경
● 한국 KT 등 컨소시엄

 폴란드 경제의 새로운 쌍발 엔진은 물류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다. 물류 산업을 위해 항구뿐만 아니라 철도·고속도로망도 확충했다. 21세기 뉴실크로드 계획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시범 사업으로 추진된 중국행 정기선 화물열차가 대표적이다. 바르샤바 인근 우치에서 중국 청두(成都)를 오간다. 2013년 길이 열렸는데 열차는 편도 기준으로 11~12일 걸린다. 같은 지역을 해상으로 연결할 때보다 시간이 4분의 1로 단축됐다. 지난해 45차례에 걸쳐 3616개 컨테이너(1만4000t)를 실어 날랐다. 고속도로망 확충도 눈에 띈다. 그단스크 항구에서 우치 역까지 단 한 번의 신호등 없이 고속도로에 올라탈 수 있다.

 KT의 초고속 광케이블망 완공과 함께 ICT 분야에서 자체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ICT 기술을 활용한 탐지 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비고(VIGO)시스템이 대표 기업이다. 적외선과 함께 각종 가스 탐지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메탄 가스 탐지 기술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우카시 피에카르스키 비고시스템 이사는 “메탄 가스 는 생명체 존재의 대표적 증거 중 하나인데 화성에서 정확히 찾아냈다”며 “ 2016년엔 EU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도 납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이러한 인프라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 문화를 위한 소프트웨어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2012년 유럽축구연맹(UEFA) 국가대항전(유로2012)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또다시 대형 국가 행사를 준비한다. 이번엔 2022년 국제박람회(EXPO)다. 두 차례에 걸쳐 EXPO 유치전에서 중국 상하이(上海), 한국 여수에 패했던 폴란드 정부는 이번엔 ‘도심재생(Revitalization)’이란 새로운 테마를 잡았다. 물류 중심지인 동시에 영국 맨체스터와 함께 산업 혁명을 주도했다가 도심 재생에 나선 우치를 내세웠다.

 스와보미르 마이만(63) 폴란드투자청장은 “ 인프라와 함께 한국인 못지 않은 근면성을 인정받아 중유럽뿐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투자 환경이 좋은 국가로 폴란드가 꼽힌다”며 “EXPO 개최는 그런 장점을 만방에 알릴 기회”라고 말했다.

바르샤바·그단스크·우치(폴란드)=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